[새해 새설계-공공기관이 함께 뛴다]<5>정연호 한국원자력연구원장

Photo Image

 원자력계에 지난해는 최악이었다. 일본 후쿠시마에서 터진 원전사고 때문이다.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여있던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가 ‘핵’공포에 떨었다. 일본 원전사고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모든 게 제대로 정리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 원자력분야 R&D를 책임지고 있는 정연호 한국원자력연구원장에게도 일본 원전 사고는 우리나라 안전판을 다시 고민해야할만큼 큰 숙제를 남겼다. 그만큼 충격이 컸다.

 취임 2년차를 맞는 정 원장이 올해 신년인사에서 품질경영 원년을 선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새로운 연구방법론을 주창하며 연구 시스템을 다잡을 계획이다. 연구체계를 현대화하기 위한 주춧돌을 놓는 한해로 삼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차세대 원자로의 종합 성능을 치밀하게 검증할 실증시험 시설을 올해 내 완공한다. 요르단에 수출한 연구용 원자로 건설도 착수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연구로 건설 사업 수주와 말레이시아 연구로 성능개선 사업 등 기술 수출에도 도전장을 내민다.

 정 원장은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모두가 힘을 합쳐 발로 뛰는 한해를 만들어 가야한다”는 말로 새해에 임하는 결심의 일단을 풀어냈다.

 

 -원전 안전성이 원자력계의 화두입니다. 올해 주안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현재 가동 중인 원전과 원자력 시스템 성능,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시설을 구축하는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오는 2028년이 되면 소듐냉각고속로(SFR)의 실증로가 완성됩니다. SFR은 제4세대 원자로 개념으로 경제성과 안전성이 높으면서도 방사성폐기물은 현재보다 훨씬 더 적게 배출되는 차세대 원자로입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것은 제3세대 경수로입니다. 이 차세대 원자로의 핵심계통인 ‘소듐 열유체 종합효과 시험시설(STELLA-1)’ 설치와 시운전을 1분기 내에 완료합니다.

 상용 원전의 미립자 핵심 기술인 원자로 냉각재펌프(RCP) 시험시설도 올해 내 구축할 것입니다. 이 시험시설이 완공되면 기존의 가압 경수로 열수력 종합실험장치(ATLAS)와 함께 대형 상용원전→중소형 원전→제4 세대 원전으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원자력 시스템 안전성 및 성능검증을 위한 인프라가 확보됩니다.

 -수출전략상품으로 개발해온 일체형 원자로인 ‘스마트(SMART)’개발은 어디까지 와 있습니까.

 ▲지난 2010년 12월 30일 세계 최초로 인허가 절차에 착수했습니다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영향 등으로 인해 지연되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규제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제출한 기술 자료만 2000건이 넘습니다. 1분기면 표준설계인가(SDA)가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올 한해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높아진 안전성 향상에 대한 대국민 기대치를 충족하기 위해 완전피동안전계통 설계방법을 ‘스마트’에 접목하고 중대사고 대처능력을 강화합니다. 궁극적으로 ‘스마트’ 원자로의 수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부산 기장군에 제2 연구로를 건설합니다. 경남 등 일부 지자체가 추진하는 원자력 클러스터와 함께 진행 정도를 설명해 주세요.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지을 제2 연구용 원자로인 ‘수출용 신형 연구로’는 올해 상반기 교육과학기술부와 협약을 맺은 뒤 건설에 착수할 것입니다. 연내 부지 상세조사와 환경영향평가부터 시작할 계획입니다. 원자로 개념설계가 올해 내 완료됩니다. 원자로 건설을 위한 첫발을 떼게 됩니다. 완성까지는 4년이 걸립니다.

 이 원자로는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전용로입니다. 최근 몇 년간 수급불안을 겪어온 의료용 동위원소 공급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세계 동위원소 시장은 캐나다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양분하고 있습니다. 기장 연구로가 완성되면 세계 시장을 삼분하게 될 것입니다.

 기장 연구로에는 판형 핵연료와 제어봉 하부구동장치 등 국산 신기술도 적용합니다. 연구로 기술완성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으로 봅니다.

 원자력 클러스터는 현재 몇몇 지자체가 유치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결정이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정부의 정책 결정이 이루어지고 난 뒤 해당 지역 주민 다수가 자발적으로 이를 수용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원자력연구원은 연구로 수출 등으로 국민 관심을 많이 끌었는데, 올해 가시화될 연구로 수출 계획 등이 있는지요.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국제경쟁입찰 방식으로 발주한 15㎿(중형)급 연구로인 ‘DIPR’ 건설 사업에 대우건설, 한국전력기술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6월 입찰 자격심사를 통해했고, 현재 우리나라와 프랑스, 아르헨티나, 중국, 러시아가 각축 중입니다. 입찰에 응한 국가들이 제각기 수행한 개념설계와 공급가격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11월께가 되면 우선협상대상자가 가려질 것입니다. 국제 경험이 부족한 러시아와 중국은 다소 처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프랑스, 아르헨티나 삼파전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합니다. 우리는 요르단 연구로 건설사업 수주 경험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지난 2010년 돌연 중단한 네덜란드 연구용 원자로 ‘팔라스(PALLAS)’ 입찰에도 재도전합니다. 팔라스는 최대 열출력이 80㎿급으로 건설비용만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말레이시아와 태국 소형 연구로 개선사업 등의 수주에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습니다.

 -일본이 원전을 대폭 축소할 것이라는 발표를 했습니다. 원전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요. 국내 원자력 안전 연구 현황과 일본 원전 축소방침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국민은 물론이고 원자력계 종사자조차 원전 안전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때도 원자력연구원은 안전 연구를 꾸준히 수행해 왔습니다. 그 결과 열수력 안전연구와 중대사고 연구 등 안전연구 주요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 선도형 원자력 안전연구를 보다 더 강화할 계획입니다.

 UN 방사선과학위원회의 후쿠시마 사고평가에도 참여하는 등 국제사회의 후쿠시마 후속 대응 활동에도 적극 나설 것입니다.

 원자력 안전연구 방향은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안전성 향상과 향후 지어질 원전의 안전성을 혁신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설계 개념을 개발하고, 사고관리 평가 및 비상대응 기술을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사실 일본 원전 정책이 보수적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독일이나 스위스 등도 원전확대 정책을 제고하거나 폐기를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 분위기는 다소 차이가 있었습니다. 여전히 대다수 국가들이 원자력 에너지 이용 유지 및 확대를 희망하고 있었습니다. 신규도입 계획도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향후 관건은 안전문제입니다.

 -핵폐기물 처리 연구 및 처리 계획은 어떻게 수행하고 있습니까.

 ▲사용 후 핵연료의 평화적 재활용을 위한 파이로프로세싱(사용후 핵연료 처리공정) 기술 개발을 지속 추진합니다. 올해 사용후핵연료를 사용하는 실험실 규모(연간 2톤처리) 처리 시설을 지어 성공여부를 확인합니다. 이어 파이로프로세싱과 관련한 모든 공정을 공학규모(연간 10톤처리)까지 실험할 수 있는 시설(PRIDE)도 구축, 시운전까지 완료할 것입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관한 국가 정책은 정부가 국민 의견을 묻는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으로 기대합니다. 원자력연은 이러한 정책기반 위에 핵폐기물의 양을 최소화하고 자원의 재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 역량을 로드맵대로 확보하는데 전력할 것입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로 이관된 규제 및 통제기관 과의 관계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지요.

 ▲원자력 안전규제 기구의 독립은 시대 조류이자,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한 현명한 선택이라고 믿습니다. 규제기관과 통제기관, 연구기관 간 긴밀한 협력은 모두의 과제기도 합니다.

 원자력 진흥을 담당하는 교과부와 원자력 산업발전을 관장하는 지경부, 안전규제와 통제를 맡고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 및 산하 규제기관과 통제기관 간에는 적극적인 소통, 균형 있는 협력, 생산적인 견제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3개 부처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이 갖춰지는 데 기여할 부분이 있다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정연호 원장 프로필>

 △학력

 -1951년생

 -대전고등학교 졸업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학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원자핵공학전공 박사

 △경력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장,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장, 원자력협력재단 이사장, 한국과학술정책연구회 감사, 충남대 공과대학 나노공학부 겸임교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산하 NEA(원자력기구) HALDEN(원전 안전프로젝트) 이사

 -2007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본부장 및 원장 직무대행

 -2006 미국원자력학회 한국지부 이사

 -2005 OECD NEA 운영위원

 -1997 경수로 핵연료개발부장

 -1996 연구관리부장

 -1986 경수로 연료사업부 미국 웨스팅하우스 현지사무소 팀장

 

 

Photo Image
Photo Image
Photo Image
Photo Image
Photo Image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