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시작한 스타트업에 종잣돈을 투자하는 열기가 일본에서도 달아오르고 있다. 적은 돈을 많은 스타트업에 지원하는 벌떼 작전 형태다. 제조업 위주였던 일본 자본시장의 시각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11일 니혼게이자이는 최근 일본의 스타트업 투자 붐을 보도했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인에게 투자사와 대기업, 성공한 스타트업이 앞 다퉈 지원 방안을 내밀었다.
투자 전문업체 모비다재팬은 2014년 말까지 250개 스타트업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의 스타트업에 자금을 투자한다. 분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게임으로 한정했다.
금액은 하나의 스타트업에 최대 500만엔(약 7500만원)이다. 소액을 여러 곳에 투자해 위험을 분산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모비다재팬 손태장 사장은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넷에이지는 학생 스타트업에 초점을 맞췄다. 학생들이 만든 50개 스타트업에 500만엔까지 투자할 방침이다. 니시카와 기요시 넷에이지 사장은 “설립에서 서비스까지 최대한 적은 돈과 짧은 기간에 처리하는 방식이 최근 스타트업의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트위터 초기 투자로 유명세를 탄 디지털개러지는 자회사 오픈네트워크래보를 통해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단순 자금 투자에 그치지 않고 아이디어가 좋다면 3개월 동안 경영과 기술지원까지 제공한다.
대기업과 성공한 선배 스타트업도 손을 내밀었다. KDDI와 스마트폰 게임 선두주자 그리는 32억엔(약 482억원) 규모의 스타트업 펀드를 조성했다. 일본과 중국의 인터넷 관련 스타트업이 관심 대상이다.
NTT와 NEC, 미쓰비시UFJ캐피탈도 올해 20억원의 스타트업 펀드를 만들었다. 창업 1년 미만의 스타트업에 1000만엔(약 1억5000만원) 내외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처럼 일본에서 스타트업 지원 열기가 높은 이유는 SNS와 스마트폰이 만들어낸 신시장 때문이다. 아이디어 하나로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 연연하지 않고 세계 시장을 상대로 서비스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보급으로 감소한 스타트업 초기 비용도 한몫했다. 비싼 장비를 사지 않아도 IT 자원을 빌려 쓰면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서비스에 이르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준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