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베일 벗는 '론스타 의혹' 후폭풍 예고

산업자본이면 당국책임론ㆍ외환銀 계약무효론 거셀 듯

금융자본 결론 땐 정치권 업은 노동계 강한 반발 예상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홍정규 기자 = 은행을 소유할 자격이 있는지를 두고 숱한 논란을 일으킨 론스타펀드 정체 규명 문제가 결국 새해로 넘어왔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론스타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제기한 지 꼬박 8년째다.

해묵은 숙제를 지난해 매듭짓지 못한 금융당국은 이달 중 어떤 식으로든 판단을 내려야 할 처지가 됐다.

결론 여하에 따라 과거 당국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는 데다 론스타와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매매계약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 후폭풍이 예상된다.

총선 등을 앞두고 `매매계약 무효`를 주장하는 노동계의 정치적인 입김이 세졌다는 점도 당국으로선 적잖은 부담이다.

◇론스타 논란의 `뜨거운 감자` PGM홀딩스

논란의 핵심이 된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해당 여부는 금융위원회의 위탁을 받아 금융감독원이 판단한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까지 결론을 내리려고 했지만, 올해로 미뤘다.

산업자본 여부를 두고 언제까지 소모적인 논쟁을 벌일 수만은 없다는 점에서 금감원은 되도록 일찍 이 문제에 답을 내놓을 방침이다. 하나금융이 신청한 외환은행 인수 승인 여부를 5월까지 정해야 하는 등 시간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금감원의 고민이 가장 깊어지는 대목은 론스타가 일본에 소유한 PGM홀딩스를 어떻게 보느냐다. 2004년12월 설립된 PGM홀딩스는 13개 비금융회사를 지배하는 지주사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PGM홀딩스 산하 비금융회사의 자산은 모두 2조8천200억원이다. 론스타 측 주장대로 PGM홀딩스 자체는 기타투자회사(금융회사)에 해당하더라도 자회사와 손자회사까지 따지면 비금융자산 합계가 2조원을 넘는다.

문제는 PGM홀딩스를 론스타의 `특수관계인`으로 보느냐다.

특수관계인이란 지배력이 미치는 자회사와 계열사 등을 말한다. 이 같은 은행법 시행령을 액면 그대로 적용하면 론스타는 비금융자산이 2조원을 넘는 PGM홀딩스를 특수관계인으로 둔 산업자본으로 결론 내려질 공산이 크다.

그러나 금감원은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좁게 해석할 여지도 있다. 다른 입법 사례를 봐도 특수관계인 조항은 통상 국내기업에만 적용됐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론스타를 비롯해 국내은행을 소유한 외국계투자자의 산업자본 여부를 판단할 때 은행의 주식취득과 직ㆍ간접적 관련이 있는 `수직관계 특수관계인`만 봤다는 점에서 PGM홀딩스를 제외해야 한다는 견해도 금감원에서 나온다.

◇산업자본 판단 땐 외환銀 매각 효력 논란

금융위원회가 론스타에 외환은행 지분 10% 초과분(41.02%)을 매각하도록 명령하고 론스타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매매가격 재협상을 타결했을 때만 해도 문제는 쉽게 풀리는 듯했다.

`징벌적 매각명령` 주장을 금융위가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용하지 않자 잠시 비판이 제기됐지만, 어쨌든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애초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소유할 자격이 있는지에는 불씨를 남겼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면 외환은행 지분을 4% 이상 가질 수 없다. 지난해 11월 10% 초과분 매각명령의 근거였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전혀 다른 차원이다.

금융위는 론스타가 설사 산업자본으로 규정돼도 `대세`에는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10% 초과분과 4% 초과분의 차액인 외환은행 지분 6%만 론스타가 추가 매각하도록 명령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현안보고에서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에 해당해도 론스타는 4% 초과 지분을 조건 없이 처분할 수 있다. 스스로 처분하지 않으면 금융당국은 6%에 대한 추가 처분을 명령하면 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학계 일각에는 금융위와 정반대의 의견을 제시했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이 맞는다면 외환은행에 지분율인 4% 이상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어 대주주로서 하나금융과 맺은 매매계약이 무효라는 주장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1일 "PGM홀딩스를 빼도 론스타를 산업자본으로 볼 근거는 얼마든지 있다"며 "산업자본이라면 4% 초과지분에 대한 의결권은 산업자본에 해당한 시점부터 제한되므로 론스타와 하나금융이 맺은 계약은 무효가 된다"고 지적했다.

◇당국 책임론 제기될 듯…정치권 개입도 변수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문제와 별개로 금융감독 당국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지난해 3월 론스타는 산업자본이 아니라 금융자본이라던 판단을 채 1년도 안 돼 뒤집히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참여연대와 경제개혁연대를 중심으로 2007년부터 론스타의 산업자본 의혹이 제기된 지 5년 만에 산업자본 판단이 내려지면 과거 당국자들의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판단 시점에 확인 가능한 근거자료를 바탕으로 산업자본 여부를 가린 것"이라며 `부실심사 논란`을 일축했다. 그는 "산업자본으로 판정하더라도 달라진 상황을 반영한 것일 뿐, 말을 바꾸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당국이 더욱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은 정치권의 거센 압박이다. 외환은행 노조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 상당수는 론스타가 산업자본인 만큼 하나금융의 인수를 승인해선 안 된다는 쪽에 공감하는 듯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표적인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지목받아 금융위가 한사코 반대하는 저축은행 피해구제 법안과 론스타의 문제를 주고받자는 다소 황당한 얘기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론스타 국정조사`를 주장하는 민주통합당에 한국노총이 참여한 점도 당국은 의식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론스타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반대하는 금융노조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금감원이 론스타를 금융자본으로 판단했을 때 정치권의 지원을 받는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돼 어떤 결론을 도출할지 주목된다.

koman@yna.co.kr

[연합뉴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