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제공업체(PP)가 죽어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콘텐츠 육성에 기치를 내걸었지만 정작 PP 수익률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블 가입자가 전체 가구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유료 방송 시장이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정작 성장에 따른 과실은 편중 현상이 뚜렷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방통위가 펴낸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와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PP 수익률은 2004년 정점을 찍은 이후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4년 7.4%에서 2006년 6.1%에 이어 지난해 3.7%까지 추락하는 등 5% 내외 영업이익률에 그쳤다. 2008년에는 급기야 마이너스 0.3%로 역신장을 기록했다.
반면에 종합 유선방송사업자(SO) 수익률은 17% 내외를 유지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이익률을 실현했다. 이는 스카이라이프 등 위성방송사업자 이익률 8%대보다도 2배 이상 높은 수치로 이익률면에서 편중 현상이 심각했다. 정부는 이미 방송위 시절부터 PP를 보호하기 위해 채널사용료 배분률 25%를 권고하지만 사실상 과실이 PP한테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윤석민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과)는 ‘PP채널 사용료를 둘러싼 쟁점과 정책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채널 사용료가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PP 광고수입 의존도가 크고 채널 사용료에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면서 시장이 왜곡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미국 PP채널은 광고와 수신료 수익이 43%대 57%인데 반해 국내는 68%대 32%로 광고 의존도가 크게 높다. 상대적으로 SO가 지급하는 채널 사용료에 따라 수익성이 엇갈리면서 영세한 PP를 양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SO가 PP에 주는 채널 사용료는 케이블 수신료 7분의 1인 14.5% 수준에 불과했으며 이후 소폭 올랐지만 2010년에도 26%에 그쳤다. 위성은 2010년 기준 37.6%로 10%포인트(p)가량 높았다. IPTV도 KT 올레TV의 경우 78%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보고서에서는 채널 수입이 줄어든 배경으로 SO가 채널 사용료 배분과 관련해 유료 채널과 VoD서비스인 ‘홈 초이스’ 채널 수입을 사용료에 포함해 배분률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종의 모집단 매출을 늘려 상대적으로 PP 수입이 줄었다는 것이다. 케이블TV 도입 초기에 채널 사용료와 유료 채널 수익을 구분해 정산했으나 지금은 합산해 정책 목적이 훼손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에서는 “정부가 채널 사용료 배분률 25%를 권고하자 유료와 VoD 채널 사용료를 계산에 포함해 PP뿐만 아니라 유료PP와 VoD사업자가 나눠 가지면서 배분률이 기준치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윤석민 교수는 “유료 방송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위해서는 콘텐츠 업체가 제 값을 받아야 한다” 라며 “채널 사용료 산정 기준을 명확화하는 등 정책적인 보완이 있어야 콘텐츠 업체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SO와 PP가 유료 방송 시장 성장을 이끈 주역이라는 점에서 성장 과실을 동등하게 가져가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