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스물 아홉의 나이로 직원 6명, 자본금 4000만원으로 창업해 ‘팬택 신화’를 이끈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올해를 끝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이달 말 워크아웃 졸업을 앞둔 팬택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또 한 번의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풀이된다.
박 부회장은 6일 상암동 팬택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를 끝으로 팬택 경영에서 물러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 경영 책임과 권한, 이득, 위험을 갖는 주체가 일치해야 한다”며 “워크아웃 졸업이 예정된 이달 말에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년간 주말에도 쉬지 않고 팬택 정상화에 매진하며 피로가 누적돼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공식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박 부회장은 기업 경영 책임과 권한, 이득, 위험의 일치를 여러 번 강조하며 현재 대주주인 금융권 채권단에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대주주인 금융권 채권단은 기업 관리는 할 수 있지만 경영은 어렵다”며 “팬택이 재도약하기 위해 경영을 할 수 있는 대주주를 찾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팬택은 지난 5년간 아주 어려운 경영 환경에도 성과를 내며 기업개선 작업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며 “팬택이 성공적으로 기업개선 작업을 졸업해 다른 기업에 희망을 줘야 하며 이를 기점으로 제2 도약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이달 말을 끝으로 경영에서 물러나 내년 3월 말까지 근무해야 받을 수 있는 스톡옵션 10%(987억원)는 포기한다. 그는 “이미 주어진 우선매수청구권은 쉬면서 더 생각을 해보겠다”며 팬택 경영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에는 여지를 남겼다.
박 부회장은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쉬면서 에너지를 재충전할 것”이라며 “팬택 설립 후 회사와 제품이 인정받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었다”고 말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