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세일 끝… 갈등 본격화
유진, 지분경쟁서 우위..주주 설득작업 총력
하이마트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최대주주 유진그룹과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이 30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앞두고 한 치 물러섬 없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이들의 승부가 어떻게 판가름날지 주목된다.
28일 양측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경영권 분쟁은 한 회사를 인수한 최대주주의 경영 참여를 2대 주주가 부인하면서 발발했다는 점에서 전례를 찾기 어렵다.
선 회장 측은 "유진그룹이 회사를 인수할 때 최소 7년 이상 선 회장의 단독 경영을 보장해 놓고 이를 어겼다"며 회사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외부적으론 신문 광고까지 동원하며 여론몰이에 나선 상태다.
하이마트 비상대책위원회는 한때 집단 휴무 등 실력행사도 벌일 태세였지만 27일까지 세일을 진행한 점을 고려해 극단적인 행동은 자제해 왔고, 유진그룹도 마찬가지로 성명서 발표 외에는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일이 끝난 이날부터 주총과 이사회가 열리는 30일까지는 양측의 갈등이 갈수록 심각한 양상으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과연 유진그룹이 하이마트를 인수할 때 선 회장의 단독 경영을 보장해 준 사실이 있는지, 그렇다면 그것이 법적 효력을 가지느냐는 것이다.
선 회장 측은 "하이마트 지분 100%를 소유한 사모펀드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가 회사를 넘길 때 유진이 선 회장의 경영권을 보장해 주기로 약속했으며, 회의석상에서 이를 본 증인도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약속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문서로 만들어진 것은 없어 선 회장 측의 주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유진그룹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합리·상식`과 `구태·독선`의 대결로 규정짓고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경영권 이양을 조건으로 회사를 인수하는 바보가 어디 있겠느냐"며 "경영권 보장 합의가 있었다면 당연히 인수계약서에 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주주의 경영권 참여를 2대 주주인 전문 경영인이 반대하고 나선 것은 2대 주주가 경영권에 도전한 것이자 심각한 모럴 해저드이며, 이는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합법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최대주주가 된 회사의 경영에 개입하는 것을 2대 주주가 막으려 한다는 것 자체가 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선 회장 측은 "하이마트가 발전하려면 유통을 잘 모르는 유진그룹이 경영을 맡는 것보다 지금의 하이마트를 일궈낸 선 회장이 계속 책임경영을 해야 한다"며 "잘 나가는 하이마트를 이렇게 만든 원인을 제공한 측은 유진그룹"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양측의 극적인 화해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결국 30일 주총과 이사회에서 승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표 싸움에 들어가면 우호지분을 많이 가진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에서 현재로선 최대주주인 유진그룹 쪽으로 기운 형국이다.
현재 유 회장 측의 하이마트 지분은 32.4%, 선 회장 측 지분은 27.6%다.
유진그룹은 재무적 투자자 지분의 6.9%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면 지분이 40%에 육박하게 되지만 이는 30일 주총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현재 이들 재무적 투자자에 대한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선 회장이 하이마트 조직을 자신의 측근 중심으로 사조직화해 이번 사태에서 임직원들의 동요가 컸던 것 같다"며 "하이마트가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높이고 해외 시장으로도 활발히 진출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하이마트 경영을 안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휴업 등 불법 행위로 인해 하이마트 재산에 대한 피해를 준다면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자 일부에서는 선 회장이 자신의 자녀가 지분을 보유하거나 운영하고 있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선 회장의 딸이 하이마트 광고를 거의 전담하다시피 한 커뮤니케이션윌의 지분 37.5%를 보유한 2대 주주이며, 선 회장의 아들은 여행 계열사인 HM투어 대표를 맡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선 회장 측은 "유진그룹 유 회장은 평소 이사회를 하거나 하이마트를 방문할 때마다 선 회장이 경영을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면서 이제 와서 독단과 부패를 운운하는 것은 억지"라고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 많이 본 뉴스
-
1
日 '암호화폐 보유 불가능' 공식화…韓 '정책 검토' 목소리
-
2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 조기 지정
-
3
최상목 권한대행 부처별 긴급지시…“군, 북한 오판 없게 경계 강화”
-
4
빗썸, 휴면 자산 4435억원 반환 나선다
-
5
'서울대·재무통=행장' 공식 깨졌다···차기 리더 '디지털 전문성' 급부상
-
6
최상목 “韓 권한대행 탄핵소추 국정에 심각한 타격…재고 호소”
-
7
원·달러 환율 1480원 넘어...1500원대 초읽기
-
8
최상목 “국무총리 탄핵소추로 금융·외환시장 불확실성 증가”
-
9
녹색채권 5兆 돌파…“전기차·폐배터리 등 투자”
-
10
인터넷은행,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사업자대출 다각화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