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에딘버러에 있는 하우스 오브 프레이저 백화점 1층. 의류, 화장품, 액세서리 등 다양한 매장들 속에서 눈에 띄는 공간이 있다. 아늑한 쇼파에 앉으니 점원이 공짜 커피를 가져다 준다. 한 켠에 비치되어 있는 아이패드를 켜니 이베이 사이트가 뜬다. 앞서 3층에서 본 여성 의류를 검색해 결제까지 완료했다. 이 공간은 이베이에서 새롭게 오픈한 ‘제품 없는’ 매장이다.
‘기다림도, 장바구니도, 스트레스도 없다(no queues, no bags, no stress).’
온라인 쇼핑몰이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있다. 오프라인 고객군을 흡수하기 위해 인터넷 밖으로 나와 점포를 개설한 것. 고객들은 가까운 매장에서 제품을 보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쇼핑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른바 ‘하이브리드’ 쇼핑 시대가 열렸다.
이베이는 오는 12월 1일 영국 런던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겠다고 20일 밝혔다. 백화점 한 켠을 빌렸던 것과 달리 단독 매장이다. 이 매장은 ‘팝업(일시적인)’ 형태로 크리스마스 연말 쇼핑 기간을 맞아 잠시 연다. 제품군은 많지 않다. 이베이 사이트 베스트셀러 200위 안에 들어있는 것들이다. 고객이 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 스마트폰으로 제품 가격표에 붙어있는 QR코드를 스캔하면 이베이 온라인 페이지로 넘어간다. 이베이 전용 결제시스템인 페이팔을 통해 구매를 할 수 있다. 배달까지 해준다.
아마존 역시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한다. 뉴욕, 런던 등 주요 도시에 15개 오프라인 매장을 검토 중이다. 아마존 매장 역시 특정 제품을 전시하면 고객이 이를 보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구매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했다. 지난해 영국 런던 하이 스트리트에 매장을 개설하려다 계획을 전면 철회한 경험을 잘 활용할 예정이다. 아마존 측은 “온라인의 가장 큰 약점인 품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타오바오는 올해 5월 베이징에 가구 전시장을 열었다. 5층 건물에 30개 기업, 2만2000여개 가정용 가구를 전시했다. 이곳에서 제품을 본 뒤 주문과 결제는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다. 타 대도시에도 확대할 방침이다. 저스틴 차오 알리바바 대변인은 “온라인 쇼핑몰은 가격이 싸지만 고객들이 직접 보길 원한다”며 “가구는 특히 고가라 더욱 그렇다”고 전시장 개점 배경을 설명했다.
글로벌 유통기업 테스코의 필립 크라크 CEO는 “소매 유통 산업이 ‘다채널’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온오프라인 시장이 혼합되고 있다”고 밝혔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