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댕, 10시 정각을 알리는 실로폰 소리와 함께 130여명의 인텔캐피탈 포트폴리오 기업(인텔캐피탈로부터 투자받은 벤처회사) 임원들이 재빨리 자기 테이블을 찾아 움직인다. IBM·AT&T·애브넷·BMW 등 세계 글로벌 기업들의 임원진과 만날 시간이다. 앞으로 주어진 시간은 20분. 이 시간에 회사를 알리고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야 한다. 번호표가 붙은 작은 테이블에서 두 명씩 마주보며 자기소개를 하는 광경은 남녀 합동 맞선을 연상시킨다.
16일(현지시각) 헌팅턴비치 하얏트 리조트 매리나 볼룸에 인텔캐피탈 글로벌 서밋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 행사는 ‘매치메이킹(중매)’이다. 인텔이 포트폴리오 기업들을 분석해 해당 기업의 고객이 될 만한 기업 임원진과 미팅을 주선한다. 두 시간 동안 포트폴리오 임원들은 최대 4개의 미팅을 가질 수 있다. 이날 진행된 매치메이킹만 해도 540여개. 인텔캐피탈 글로벌 서밋을 찾는 포트폴리오 기업들이 가장 기대하는 시간이다. 평소에는 만나기 힘들었던 글로벌 기업의 임원을 직접 만나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텔은 이 행사를 위해 세계 2000대 기업의 임원들을 초청했다.
올해 행사에는 매치메이킹보다 더 진화한 행사가 마련됐다. ‘커넥트’ 미팅이 그것이다. 포트폴리오 임원들이 참석자 정보를 인텔로부터 미리 받아, 만나고 싶은 사람을 선택할 수 있다. 미팅 요청을 보내면 글로벌 서밋에 참석한 임원들은 일정을 조정해 이들을 만난다. 커넥트 미팅은 그야말로 성황리에 진행됐다. 미팅 대상자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인텔은 글로벌 서밋 전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까지 만들었다.
이런 방식으로 인텔캐피탈 글로벌 서밋에 참석한 900여명은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10개 이상의 미팅을 소화해 낸다. 세계적인 유명 인사들이 전하는 기조연설은 오히려 ‘쉬어가는 코너’다. 폴 오텔리니 인텔 CEO, 베리 마이어 워너브라더스 회장 등이 기조연설을 했지만 포트폴리오 기업들은 잠재 고객과의 만남이 더 요긴했다고 입을 모은다.
인텔캐피탈이 한 해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금액은 약 5000억원. 이보다도 큰 벤처캐피탈이 많지만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은 이 행사가 유일하다.
기조연설을 위해 찾은 랜달 스티븐슨 AT&T 회장도 “AT&T도 언젠가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는 이 같은 행사를 준비해 보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그는 “앞으로 통신 인프라를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데 AT&T에 가장 필요한 것이 생태계의 활성화”라며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비즈니스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4일부터 16일까지 포트폴리오 기업들과 인텔 임원과의 미팅도 이루어진다.
118개 포트폴리오 기업이 자사의 기술을 짧게 소개하는 엘리베이터 피치도 있다.
3년째 이 행사에 참가한 이구환 올라웍스 사장은 “짧은 미팅이지만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는 생각이 들면 추후 미팅 약속을 할 수 있어 지속적인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며 “연중 가장 기대되는 행사 중 하나”라고 말했다.
헌팅턴비치(미국)=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