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조삼모사(朝三暮四)

 송나라에 원숭이를 기르는 저공(狙公)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살림이 궁핍해져 원숭이 먹이를 충당하기 어려워지자 그는 원숭이들에게 “앞으로는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만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원숭이들이 화를 냈다. “아침에 3개만 먹으면 배가 고파 못견딘다”며 아우성을 쳤다. 이에 저공이 “그러면 아침에 4개를 주고 저녁에 3개를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이 좋아했다. 열자(列子) 황제편에 나오는 고사다.

 정부와 지자체가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짓고 있다. 경기도는 최근 15조 2600억원 규모 예산안을 마련해 도의회에 넘겼다. 그런데 사업예산이 당초 노출했던 것에 비해 크게 늘었다. 당초 도는 내년도 가용예산이 올해보다 2000억원 이상 줄어든 4500억원에 불과할 것이라고 엄살을 떨었다. 이를 근거로 실국과 사업부서를 쥐어짰다. 내년도 사업예산을 올해의 70% 수준에 맞출 것을 주문했다.

 실국 사업예산은 SOC 사업과 공약사업, 국비 공모사업 등에 밀려 맨 후순위에 겨우 이름만 올렸다. 신규사업은 불허하고 필수사업만 올리라는 방침이 떨어졌다. 추경예산도 철저하게 관리하겠다는 으름장도 놓았다. 실무 부서에서는 “일을 하지 말라는 의미냐”며 한푼이라도 더 받아내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실국 예산은 대부분 올해 당초 예산의 95% 수준을 회복했다. 예산 삭감을 주문하며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가용예산은 오히려 크게 늘었다. 도는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가용예산 얘기는 쏙 뺐지만 내년이면 부동산 취득세 감면혜택이 사라져 세수가 6000억원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삼모사’ 경지를 넘는다. 살림이 피는데도 궁핍해 진다며 사기를 친 꼴이다. 더 줘야 할 도토리를 오히려 줄인 형국이다. 예산 편성 방침에서 후순위로 밀렸던 사업 예산만 줄어든 모양이 됐다. 그런데, 도는 이렇게 쥐어짠 예산을 하천과 도로 등 토목사업에 쏟아 부을 태세다. 예산 편성 방법과 과정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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