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울산, 경남 등 동남권이 제조와 IT융합으로 산업 고도화와 신산업 육성에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지난달 26일 부산 벡스코에서 ‘스마트혁명과 신해양산업’을 주제로 열린 ‘세계해양포럼(World Ocean Forum)’은 IT융합이 몰고 온 지역 산업의 역동적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국내 조선 및 IT전문가들은 선박 자체 기능 변화에서 디지털 조선소 구축까지 조선 전반에 ‘스마트 혁명’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STX조선해양 등 국내 주요 조선사 관계자들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크루즈선, 드릴십 등 첨단 선박 건조에 IT 접목은 필수적”이라며 “시의적절한 투자와 IT 접목이라는 기술혁신을 토대로 새로운 선종을 개발하면서 국내 조선업은 고부가가치 신산업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중공업 메카에서 융합 신산업 메카로=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시행된 이래 동남권은 경제와 산업에서 수도권과 지역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최대 광역권으로 꼽혀왔다.
동남권은 전기연구원, 재료연구소 등 R&D 기반 정부출연연과 30여개 종합대학, 3개 지역 테크노파크와 IT특화연구센터 등 지원기관, 수천 개의 기업 부설연구소가 포진해 IT융합 역량이 어느 곳보다 충분한 지역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동차, 조선, 기계, 화학 분야 글로벌 메이커는 대부분 울산과 경남에 포진해 있다. 이들 대기업과 사슬처럼 얽혀있는 중소·중견기업도 부산, 울산, 경남 전역에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일례로 세계 최고 조선사 현대중공업 본거지는 울산이다. 현대중공업은 차세대 지능형 선박 ‘스마트십(Smart Ship)’을 개발, 올해에만 68척을 수주했다. 이 스마트십은 선박 내 각종 통신과 기기를 선박통합통신망(SAN)이라는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있다. 이를 지상에서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선박 내 시스템을 원격으로 진단·제어할 수 있다.
조성우 현대중공업 상무는 “조선 시장에서 지능형 선박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국내 조선 산업의 새로운 수출 항로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해양LED 분야로 영토 확장=동남권 IT융합은 스마트조선뿐 아니라 그린카, 해양로봇, 해양LED(발광다이오드) 등 IT 기반 신성장 산업을 창출하고 있다.
유영문 부경대 LED-해양 융합기술 연구센터장은 “LED해양 융합기술은 해양 바이오, 해양환경, 집어등 같은 선박조명까지 새로운 해양IT 산업 출현 기반 기술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전기차 관련 3대 기술인 2차전지, 급속충·방전시스템, 제어시스템 원천·응용 기술을 확보해 지역을 기반으로 상용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KERI 전기 추진기술은 동남권 조선사와 산연협력을 통해 향후 전기선박 추진 분야로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KERI가 개발한 한국형 전기차용 급속충전기와 전기차 제어시스템 등은 창원과 경남지역 주요 시·군에서 시범 적용하고 있다.
LG전자 창원공장과 삼성테크윈 창원 제1사업장은 지난해 지역 생활 폐기물 소각열을 현장 생산라인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폐열자원 활용시스템을 구축했다. 두 회사는 이를 통해 연간 수십억원 연료비 절감과 1만톤 이상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효과를 거두고 있다.
◇신지역산업은 지역산업 IT융합=IT융합을 통한 신기술 개발과 대기업 제품 및 생산라인 변화는 협력 중소·중견 기업 변화에 이어 동남권 산업 전반에 걸쳐 융합 시너지를 낳고 있다.
기존 IT하드웨어 제조, 폐기물 처리 등 환경, 의료기기 중소기업이 IT융합을 기반으로 친환경·에너지·융합IT전문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기계·자동차 부품사는 그린카, 로봇기업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시스템SW 전문기업 익스트리플은 최근 선박 탑재 원격 의료지원 시스템을 개발했다. 익스트리플은 선박 통신기술과 기자재 제조 노하우를 결합해 새롭게 선박용 의료기기 시장에 뛰어든 사례다.
IT라는 고유 영역에서 우리나라 수출 30% 이상을 맡아 온 IT산업은 이제 지역에서 자동차, 조선·의료·국방·건설 등 전 산업에 IT융합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파급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신지역산업 정책인 광역선도전략산업 곳곳에는 새로운 IT융합 전략이 녹아 있다. 신지역산업은 ‘지역산업+IT’를 통해 고도화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지역 IT융합은 지역산업 부흥 신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