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반도체 패키징 산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경박단소라는 반도체 트렌드에 따라 고도의 패키징 기술이 필요해 지면서 새로운 도약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고부가가치 패키징 만큼은 한국을 따라올 곳이 없다는 게 업계 평가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저렴한 인건비를 따라 중국이나 동남아로 생산기반을 이전하는 움직임이 일었지만, 최근에는 우리나라 생산능력(CAPA)을 강화하는 추세다.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이나 한국 중견 기업들 모두 마찬가지다.
반도체 패키징은 칩을 외부환경으로부터 보호하고 칩의 전기적인 특성을 기판에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패키징은 이름 그대로 ‘포장’하는 역할인 만큼 과거에는 단순 제조공정으로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나노미터 수준의 반도체 회로에서 흐르는 신호까지 잘 전달해야하면서도 최대한 작게 패키징을 하기 위해서는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해졌다. 여러 개의 칩을 하나의 패키지로 구성한 멀티칩패키지(MCP)나 3D로 칩을 쌓아올려 패키징하는 TSV(Through silicon via) 모두 진입장벽이 높은 기술이다. 이같은 고부가가치 패키징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나라 반도체 패키징 산업이 새 성장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패키징 산업은 규모 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처음 반도체 산업이 태동할 때에는 반도체 패키징 역시 종합반도체회사(IDM)의 몫이었다. 반도체 영역에서 설계와 생산을 전문화한 파운드리·팹리스 산업이 분화된 것처럼 후공정만을 전문으로 하는 패키징 전문기업도 탄생했다. 외주 규모가 늘면서 이제는 연간 184억달러(20조원) 시장을 형성할 만큼 규모도 성장했다.
◇반도체 패키징 시장, 향후 5년간 8%씩 성장=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반도체 패키징 시장은 2011년 184억달러에서 2014년 229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8%를 상회한다.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는 반도체 시장 성장에 더해 패키징 외주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반도체 패키징과 테스트를 합친 전체 반도체 후공정 시장 규모도 조사했다. 반도체 후공정 시장은 지난해 217억달러에서 2014년 306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외주 비중은 49%에서 53%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이 같은 성장세에 따라 전체 반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후공정 시장 규모 비중도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2009년에는 패키징 서비스 비중은 전체 반도체 산업의 7.5%를 차지했지만 이 비중은 점점 늘어 2014년이 되면 전체 반도체 산업의 8.9%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파운드리·팹리스의 성장과 함께 IDM의 팹 라이트 전략(팹투자를 최소화하는 것) 덕분이다.
꾸준한 시장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은 기술과 시설에 앞다퉈 투자하며 경쟁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 고부가가치 패키징의 메카로=초박형 모바일용 패키지, 적층 패키지 등 고부가가치 패키징은 한국 패키징 기업들의 주력 품목이다. 이 때문에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 기업들과 경쟁해서도 당당히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중견 기업의 입지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국내 중견기업들의 실력을 인정하면서 이들에게 후공정을 맡기는 물량도 증가했다. 하나마이크론·STS반도체통신·시그네틱스·세미텍·네패스 등의 매출이 반도체 경기 불황에도 증가한 이유다.
국내 기업의 성장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서 진행하는 투자다. 한국을 요충지로 바라보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한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매출 증가는 투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는 지난해 광주공장을 증설했다. 광주공장은 매출 1조원이 가능한 생산능력을 확보해,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수준으로 올라섰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패키징 기업인 대만 ASE 한국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신규 공장도 짓기로 했다. 스태츠칩팩코리아는 지난해 한국에 7500만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이종희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이 인정을 받고 있다”며 “국내외 패키징 전문업체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이유”라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 현황>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