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실험서 폐섬유화 문제...의심가면 보건소에 신고
출산 전후 산모 등의 목숨을 앗아갔던 공포의 원인불명 폐 손상은 가습기 살균제 때문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시중에 시판중인 살균제 6종에 대해 강제 수거 명령을 내렸다. 가습기 살균제는 더 이상 사용하면 안되는 것으로 확인돼 사용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 밖에도 정부는 모든 종류의 가습기 살균제가 의약외품으로 지정·관리되며, 다른 생활화학가정용품에 대해서도 안전성 검증체계를 가동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11일 오전 언론 기자회견을 열고 질병관리본부의 동물 흡입 독성 실험과 전문가 검토 결과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이 확인됐다고 공식 밝혔다.
복지부는 실험을 통해 이상 소견이 확인된 2종, 문제의 제품과 같은 성분이 함유된 3종, 유사 성분이 함유된 1종 등 총 6종류의 가습기 살균제를 제품안전기본법에 따라 한 달 안에 수거하도록 해당 업체에 명령했다.
또한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에 의뢰해 오는 15일부터는 수거명령 대상 제품과 제조사 정보를 제품안전포털 시스템( 웹사이트 www.safetykorea.kr )에 공개하고, 대한상공회의소 위해상품차단시스템에 등록해 판매를 원천 차단할 계획이다.
수거 대상 6종은 다음과 같다.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액체>(제조사 한빛화학) ▲세퓨 가습기 살균제(〃㈜버터플라이이펙트) ▲와이즐렉(롯데마트 PB상품) 가습기 살균제 ▲좋은상품(홈플러스 PB상품) 가습기 청정제(이상 〃용마산업사) ▲아토오가닉 가습기 살균제(〃에스겔화장품) ▲가습기 클린업(〃글로엔엠)
전병율 질병관리본부장은 "수거 대상 6종류 이외에 나머지 가습기 살균제도 사용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며 "나머지 살균제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실험을 하고 필요하면 즉각 수거 명령을 발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성분과 테스트 결과 안내 = 문제가 되는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 와이즐렉, 좋은상품, 가습기 클린업 등 4개 제품에 사용된 주요 살균 성분은 `PHMG(polyhexamethylene guanidine)`다. 나머지 2종인 세퓨와 아토오가닉에는 PGH(Oligo(2-(2-ethoxy)ethoxyethyl guanidium chloride)가 주요 살균 성분으로 사용됐다.
관계자는 "이들 물질은 다른 살균제에 비해 피부·경구(섭취 시 영향)에 대한 독성이 5~10분의 1 정도로 적어서 가습기 살균제뿐 아니라 물티슈, 부직포, 의류 등에도 사용됐지만, 이 물질을 `흡입`했을 경우 어떤 잠재적 위험이 있는지 확인된 바 없었다"며 "따라서 가습기살균제는 일반 공산품으로 분류돼 보건당국의 위해물질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설명이다.
한국화학연구원 부설 안전성평가연구소는 실험용 쥐에게 세 종류의 살균제를 한 달간 흡입토록 한 결과, 두 가지 살균제를 흡입한 쥐에서 폐손상으로 사망한 사람의 증상과 `뚜렷하게 부합하는` 조직검사 소견이 나왔다. 해당 성분을 사람이 흡입한 것과 같은 증상이 발견된 것이다.
특히 세퓨를 투여한 쥐의 폐에서는 섬유화와 함께 세기관지(기관지에서 갈라져 나온 작은 공기통로) 주변의 염증, 세기관지 내 상피세포 탈락 등 현상이 나타났다. 옥시싹싹 제품을 흡입한 쥐의 폐에서도 세기관지 주변에 염증이 발생했다. 다만 나머지 한 종류의 가습기 살균제를 흡입한 쥐와 살균제를 흡입하지 않은 대조군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확인돘다.
◆정부 후속조치에 애타는 유가족들 = 보건복지부는 강제 수거조치 이외에도 위해성 제품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일단 연내에 모든 종류의 가습기 살균제를 의약외품으로 지정해 관리할 계획이다.
또한 관련부처가 참여하는 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살균제 이외의 다른 생활화학가정용품의 안전성 검증 시스템을 가동할 예정이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문제의 제품과 정부를 대상으로 한 소송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은 이날 정부 발표가 이뤄진 복지부 브리핑룸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는 피해자 가족에게 공식 사과하고, 보상대책 및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질병관리본부는 올 초 서울시내 폐 손상 환자가 몰렸던 서울시내 A병원을 통해 28건의 원인미상 폐손상을 확인했고, 추가로 신고를 통해 3건, 환경보건시민센터를 통해 3건 등 총 34건의 환자 발생 사례를 확인했다. 이 가운데 9명은 사망했다.
전자신문미디어 테크트렌드팀 trend@etnews.com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