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랑 종암지점장은 하이마트의 고졸출신 첫 여성지점장이다. 대졸 출신을 포함해도 세 번째다.
지난 8월 1일 승진한 이 지점장은 고등학교 졸업 후 사무보조직으로 근무하다 2003년 판매전문직에 뛰어든 지 8년 만에 지점장의 꿈을 이뤘다.
2003년은 이 지점장에게 있어 인생의 전환점이다. 하이마트가 그해 국내 최초로 판매전문가 자격 인증제도인 ‘세일즈마스터’ 제도를 만들었다. 이 자격을 취득하면 매장 판매전문직으로 근무할 자격이 주어지는데, 경력을 쌓고 실력을 인정 받으면 누구나 지점장이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세일즈마스터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상품지식을 갖춰야 하는데 판매경험이 전무한 그로서는 낙타가 바늘 구멍 들어가기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며칠밤을 꼬박 새워 교재를 통째로 외우며 시험을 준비했다. 그 결과 응시한 첫 시험에서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당시 같은 지역에서 시험에 응시한 100여명 중 합격한 사람은 이 지점장을 포함해 두 명뿐이었다.
세일즈마스터 합격 후에는 매장근무를 자원했다. 하루 종일 서서 고객에게 제품을 상담해야 하는 가전 제품 판매는 남자들에게도 쉽지 않다. 하지만 “1호 고졸 여성지점장이 되겠다”는 목표를 생각하며 즐겁게 일했다.
지난 8일로 지점장이 된지 100일이 됐다. 100일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9월에 있었던 매장 이전이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 1만여개 전자제품을 새 매장으로 옮기는 매장 이전은 남자 지점장들에게도 만만치 않은 프로젝트다. 하지만 이 지점장은 밤새 공부하던 시절을 회상하며 이번에도 밤샘 작업을 마다하지 않았다. 매장 이전을 통해 이 지점장의 열정을 다시 한번 느낀 지점 직원들의 충성도가 이전보다 더 높아졌다고 한다.
이미랑 지점장은 “코피를 쏟으면서까지 도와준 직원들 직원들에게 감사한다”면서 “종암지점을 하이마트 최고의 매장으로 만들어 여자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