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등급 강등, 중국의 급격한 긴축정책, 유럽 재정파탄 등 각 국에서 시작된 위기가 도미노처럼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이 일으킨 글로벌 금융위기는 지구촌 전체를 뒤흔들었다.
기업들은 어떤가. GM, 모토로라 등 세계 최고의 왕좌에서 군림했지만 나락의 길을 걷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원인을 오래된 경영과 낡은 리더십에서 찾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끊임없이 변하는 ‘가속’의 시대에서 구태의연한 경영 방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미 기존 경제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
어떤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기업 내 다양성을 극대화하고 지속가능성을 갖춰야한다는 목소리가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버전으로 진화한 리더십이 기업의 미래를 결정한다. ‘블루오션 전략’, ‘블랙 스완’ 등으로 파이낸셜타임즈(FT) 경제도서상을 수상한 국제적인 리더십 전문가 닐스 플레깅은 이 책을 통해 미래 경영의 대안으로 ‘언리더십(Un-leadership)’을 주장한다.
‘부정’을 뜻하는 ‘Un’은 이전에 옳다고 믿었던 상식을 파괴하는 새로운 발상을 의미한다. 꿈의 기업이라 불리는 구글은 직원들을 통제하는 인재 관리에서 벗어나 무한한(Un-limited) 창의력을 펼칠 수 있는 분위기를 제공했다. 저가 항공사의 신화인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직원들이 현장에서 직접 여러 사안을 결정한다. ‘직원들의 생각이 곧 전략’이라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Un-seen)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 첨단소재기업인 고어는 직장 내에 직급이 존재하지 않으며(Un-management), 부서와 업무를 규정하지 않는다(Un-structure).
이들은 대표적인 언리더십 기업이다. 언리더십은 리더십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현대 경영에서 보편적으로 정의된 수직적이고 영웅적인 리더십에 반기를 든다. 유연하고 개방적으로 조직을 이끄는 21세기형 새로운 리더십이다. 이 책은 구글, 사우스웨스트항공, 고어 등 경제 위기 속에서도 성공적인 사업을 이끌고 있는 기업의 독특한 경영 방식과 기업 문화가 모두 언리더십으로 무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식과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언리더십은 비즈니스 생태계 진화를 주도하고 있다.
언리더십의 가장 큰 토대가 되는 이론은 세계적인 경영학가 더글러스 맥그리거의 ‘XY이론’이다. X이론은 인간을 원래 게으르고 일하기 싫어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존재라고 본다.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시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Y이론은 인간이 의욕적이며 자신의 능력을 펼쳐 발전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저자는 그간 X이론에 가려져 있던 Y이론의 역습이 시작됐다고 평한다. Y이론을 근간으로 만들어진 언리더십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주목하자.
닐스 플레깅 지음. 박규호 옮김. 흐름출판 펴냄. 1만9800원.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