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페어프라이스 제도’가 탄력을 받았다. 페어프라이스는 휴대폰 출고가격을 공개해 단말 유통 시장의 거품을 빼겠다는 취지로 KT가 의욕적으로 실시한 휴대폰 공정 가격 표시 제도다.
지난 7월 말 처음으로 이를 공개한 이후 지경부가 정부 주도로 가격표시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SK텔레콤이 내년 1월 1일 정부 시행에 앞서 12월부터 조기에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초기에 이 제도가 과연 순항할 수 있을지 고심했던 KT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정책을 움직이고 산업계를 이끄는 성과를 올린 셈이다. 표현명 KT개인고객부문 사장이 당시 “페어프라이스가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유도해 기존 불투명한 휴대폰 가격 구조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확신이 시장에서 인정을 받은 것이다.
실제로 시행 100일을 맞는 페이프라이스는 초기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전국 100개 KT 대리점을 대상으로 한국갤럽이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페어프라이스 시행으로 판매에 도움이 되었다는 답변이 58%, 고객 신뢰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 곳은 61%였다.
페어프라이스로 인해 판매 상담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었다는 답변은 41%로 상담 시간이 늘어났다는 응답은 12%에 불과했다. 대리점 판매 상담 시간은 전체적으로 평균 2분 이상 감소했으며, 상담시간이 감소했다고 답변한 대리점만 놓고 보면 평균 8분 가까이 줄었다.
제도 시행 후 대상 모델의 평균 고객 부담금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6월 페어프라이스 대상 모델 평균 고객 부담금이 58만1000원이었던 것이 페어프라이스가 시행된 7월 56만2000원, 8월과 9월에는 53만대로 떨어졌고 지난달에는 53만원대 이하로 낮아져 8~10%정도의 인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결국 제조사 장려금을 출고가 인하로 연결해 고객할부 원금을 낮춰 단말 구입 부담을 줄여준 셈이다.
기존에 고객은 휴대폰 가격을 몰라 대리점에서 얼마에 파는지 알아보고 구매를 해야 했지만 페어프라이스 시행 이후에 가격을 신뢰할 수 있게 된 점도 큰 변화 중 하나다. 매장도 더 이상 가격 흥정 장소가 아닌 체험 공간을 통한 즉시 구매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일선 판매점에서도 페어프라이스 시행 후 페어프라이스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형 유통상가 관계자는 “모든 매장이 같은 가격으로 표시돼 휴대폰 모델만 확보되면 바로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주도로 ‘휴대폰 가격표시제’ 별도 고시가 탄생하는 성과도 올렸다. 이석채 회장도 “휴대폰의 높은 출고가를 낮추고 휴대폰을 구매할 때 추가적인 노력 없이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선진 유통 구조를 확립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