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人, '하이닉스 인수선언' SKT 지분 대폭 줄여

인수 선언후 4.75%포인트 낮춰…고배당정책 훼손우려 반영

외국인 주주는 SK텔레콤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추진에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닉스 인수 추진을 선언한 이후 외국인이 SK텔레콤 주식을 대량으로, 그것도 지속적으로 팔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SK텔레콤이 하이닉스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 단독 응찰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하이닉스 인수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이에 따라 외국인 반응에 더 주목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지분 매각 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고 밝힌 지난 7월8일 이후 전날까지 SK텔레콤 주식 384만주(5천800억원)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이 기간 순매수를 기록한 날은 7일에 불과하다.

외국인은 이전까지 SK텔레콤 보유 한도율인 49.0%를 꽉 채운 상태였다.

그러나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인수 추진 선언을 하자 곧바로 주식을 처분하기 시작해 3개월도 안 된 사이에 보유율이 44.25%로 4.75%포인트 급감했다.

외국인의 SK텔레콤 보유율이 44% 초반대까지 떨어진 것은 금융위기의 여진이 남아 있던 2009년 1월21일(44.13%) 이후 2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SK텔레콤을 보유한 외국인이 하이닉스 인수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조원 규모의 차입에 따라 고배당 등 주주 친화적인 정책이 훼손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주당 9천500원 수준의 배당을 계속해왔다. 올해도 이 수준의 배당을 한다고 가정하면 현재 주가 대비 배당수익률은 6%에 육박한다.

SK텔레콤이 영위하는 통신서비스와 하이닉스의 반도체 제조 사업의 연결고리가 거의 없는 데다, 매년 대규모 설비투자가 요구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인수 후에도 막대한 자금이 들어갈 것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가 확정됐을 때 외국인 매물이 더 많이 나올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 인수는 SK텔레콤의 방어적 성격과 주주 친화적인 정책에 투자한 외국인 주주의 철학과 배치된다. 하이닉스의 인수를 추진하는 한 외국인 매물은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외국인 매물이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도 있다.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인수에 반대하는 주주를 달래려고 무리를 해서라도 예전 수준의 배당을 집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김회재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를 인수하더라도 연말까지 1조원 정도의 현금 마련이 가능해 배당은 예전 수준으로 지급할 것으로 본다. 또한 외국인 매도가 지속되고 있지만, 기존의 보유율을 고려하면 매도 여력이 많지 않아 지금까지 나온 것보다는 적은 수준의 물량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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