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교육의 창 아시아]<9 · 끝>결산 대담, 이젠 창의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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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 교육의 창 아시아 대담이 19일 서울 대치동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열렸다. 강혜련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과(왼쪽) 주상돈 전자신문 부국장이 `창의교육`을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미래 사회의 지식과 가치는 다양한 학문과 기술 융합에서 창출된다. 때문에 교육 역시 학생들이 역동적 미래를 준비하고 변화를 선도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 변화의 키워드가 ‘창의’다. 획일적 교육과정을 개선해 학생의 창의성과 인성을 함양하는 다양한 교육과정이 시도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본지는 지난 8월부터 한국과학창의재단과 공동으로 ‘창의교육의 창 아시아’기획을 통해 국내외 주요 창의교육 현장을 소개했다.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한 현장을 찾아 미래 교육의 나아갈 방향을 들여다봤다. 국내 창의교육 선도기관인 강혜련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에게 창의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들으며 기획시리즈를 마무리한다.

 

 ■대담 참가자

 -강혜련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주상돈 전자신문 편집국 부국장·경제정책부장

 

 ◇주상돈 부국장=최근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창의’다. 그럼에도 ‘창의’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해석이 여러 가지다. ‘창의’를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해야 하는가?

 ◇강혜련 이사장=‘창의’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것이 아니다. 기존 아이디어를 새롭게 조합하고 편집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바꿔 말해 조합하고 편집하는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 창의적인 사람이다. 스티브 잡스 사후 전 세계적으로 ‘창의’라는 화두가 부각됐다.

 ‘창의’는 ‘즐거움’과도 일맥상통한다. 즐겁지 않으면 창의적일 수가 없다. 잡스 역시 즐겁지 않았다면 죽을 때까지 열정을 갖고 자신의 분야에서 일을 못했을 것이다.

 ◇주 부국장=스티브잡스의 영향도 있겠지만 시대적 상황이 창의성을 많이 요구하는 것 같다.

 ◇강 이사장=그렇다. 지식정보화 시대의 가장 큰 화두는 창조경제다. 그렇다면 창조경제를 실현할 창의적 인재 육성은 당연히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과거 대량생산 산업화 시대에는 모방경제를 통해 선진국을 추격했다. 그 때에는 빠르게 습득하는 능력, 즉 모방능력과 단순히 많이 아는 것이 경쟁력이었다.

 정보와 지식이 홍수처럼 넘치고, 기술 혁신주기가 점점 짧아진 21세기에는 상황이 다르다. 뭔가를 많이 외우고 있다는 것은 결코 힘이 되지 않는다. 얼마나 창의적인가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창의인성교육이 시대적 소명이자 우리의 미래가 달린 가장 중요한 국가적 어젠다로 떠오른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주 부국장=명쾌한 해석이다. 이 같은 생각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했으면 좋겠다. 이건희 회장이 최근 “소프트웨어(SW)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그 뜻은 단순 ‘소프트웨어 코딩 인력’이 아닌 ‘창의적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얘기였을 것 같다. 한걸음 더 나아가 창의적 인재가 만들어지기 위한 조건들이 있는가.

 ◇강 이사장=물론이다. 창의에서 중요한 또 하나는 ‘기존의 아이디어를 누가 새롭게 창의적으로 조합하느냐’다. 또 ‘다양한 느낌과 생각이 내 속에 많아야 한다’는 점이다. 즉 세상을 다양하게 느껴야 내 속의 느낌을 조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전제 조건은 교과서와 교사강의 위주의 정형화된 교육을 탈피는 것이다. 교과서도 중요하다. 하지만 학생에게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 학교 밖 다양한 것들을 접할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한다.

 무엇보다 교육의 질은 교사가 결정한다. 재단에서는 ‘창의인성교사연구회’를 지역별로 만들어 교사들에게 토론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교사가 변해야 학교와 학생이 변한다.

 ◇주 부국장=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교육주체가 교사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창의교육의 책임을 교사에게만 돌릴 수만은 없지 않은가.

 ◇강 이사장=모든 책임이 교사에게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실 현장의 교사들은 자유재량이 한정되고, 받았던 훈련도 제한적이다. 이를 깨고 나갈 수 있는 기회, 여건, 리소스를 누군가는 제공해야 한다.

 최근 융합교육 현장실사 차원에서 이대부속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이 학교는 오래 전부터 모든 교과과정을 진도나 교과서 위주가 아닌, 문제해결을 위한 형태로 바꿨다. 학생들이 “아프리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해 “바닷물을 담수로 만들어서 공급하면 어떨까요” “잘 먹지 못하니까 5대 영양소를 캔으로 만들어 보급하면 좋겠어요” 등의 발표를 했다. 많은 초등학교에 이런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도록 기회, 여건, 리소스를 제공해야 한다.

 ◇주 부국장=최근 기업의 한 설문조사를 보면 인사 담당자가 원하는 인재의 첫 번째 조건이 창의성이다. 그럼에도 실제 채용할 때는 정형화된 필기시험과 영어점수 등을 본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학입시도 마찬가지 아닌가. ‘입시’와 ‘창의’는 아직 거리가 멀어보는 게 사실이다.

 ◇강 이사장=안타까운 현실이다. 하지만 오는 2015년경에는 학생 수가 급속히 줄어들어 대학 입학 정원보다 고졸 졸업자가 적어진다. 지금과 같은 입시 전쟁은 사라지게 된다. 학생들이 입시 부담을 덜고 마음의 여유가 가지면 어머니들의 자세도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교육, 학원, 점수 등을 중시하는 입시전쟁에서 해방되면 어머니들은 자녀들을 위해 또 뭔가를 할 것이고, 바로 창의교육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생각한다.

 ◇주 부국장=큰 흐름을 정확하게 짚어 주셨다. 어쨌든 가야할 방향이 창의성이다. 얼마 전 해외 섬나라 중학교에 취재차 방문했다. 그 곳 수업의 절반 이상이 학생들의 발표로 이뤄진다. 다른 의견이 나오면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토론을 벌인다. 절반은 선생님, 나머지 절반은 학생들이 이끄는 분위기다. 사뭇 우리와 다른 교육환경에 느끼는 점이 많았다. 우리나라에도 모델이 될 창의인성교육 현장이 있을 것 같다.

 ◇강 이사장=당연히 있다. 많은 학교에서 창의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또 이미 이러한 분위기가 정착된 곳도 있다. 역사를 배운다고 예를 들어보자. 가장 주안점을 둘 것은 연대기를 외우는 것이 아니다. 과거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해야 한다. 그 시대의 다양한 문제를 떠올리고,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스스로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주제로 창의적인 수업을 하는 곳을 봤다. 그 학교에서는 김정호 위인전기를 읽는 것이 수업의 출발점이다. 학생들은 각자 팀을 만들어 김정호 위인전 수 십 권에 대해 읽고 자료를 모은다. 김정호의 죽음에 대해 출판사마다 입장이 다르다. 위인전을 읽으면서 갖게 된 여러 의문들에 대해 학생들은 계속 자료를 찾게 된다. 인터넷, 논문 검색, 박물관을 찾아보면서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된다. 마지막에는 영상물, 만화, 노래, 연극 등을 제작해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대한 자신들의 조사결과를 발표한다. 학생들은 이 과정을 통해 김정호와 대동여지도를 폭 넓고 정확하게 이해하게 된다.

 ◇주 부국장=이런 좋은 사례가 많이 생겨나는 점에 대해서는 매우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학생들은 지도하는 세대는 이 같은 창의적 교육을 받아보지 못했다. 특히 부모님들이 그렇다. 이런 사람들이 과연 창의교육을 제대로 이해하고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다고 보는가.

 ◇강 이사장=좋은 지적이다. 앞서 교사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교사와 마찬가지로 학부모도 변해야 한다. 교사들에게는 재단이 다양한 멘토링이나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남은 과제는 학부모들이다. 성적 위주의 학부모 마인드가 열려야 한다. 학부모들이 괜한 공포심과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창의인성교육의 필요성을 공감해야 한다. 또 아이들에게 무엇이 중요하고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지를 확실하게 인지시켜야 한다. 재단에서는 학부모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주 부국장=창의교육이라는 것이 거대 담론이다 보니 의외로 재단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많은 일 중에서도 임기 중에 반드시 하고자는 일을 있을 것 같다.

 ◇강 이사장=하고 싶은 일들은 많다. 스티브 잡스라는 창의적 인재가 거대 글로벌기업의 명운을 바꿨다. 한 사람의 창의적 인재가 국가의 미래와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고 본다. 창의성 함양에 대해 각자 알아서 할 노릇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미래 우리 국민이 나가야 할 이정표, 비전, 푯대가 무엇인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재임 동안 이 부분에 대해 전 국민이 동참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교육기부다. 아이들을 출연연, 공공기관, 박물관 등 학교 밖 현장으로 많이 내보내고 느끼게 해야 한다. 학교 속에 가둬두고 창의성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런데 막상 학교를 나서면 아이들을 데리고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창의교육은 모든 사회 주체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창의적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 과학에 대한 체험을 하고 싶으면 출연연, 최신 첨단기술을 보고 싶으면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 가는 식의 살아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기부는 반드시 정착시키고 싶다.

 ◇주 부국장=교육기부라는 말씀을 주셨다. 최근 재단에서도 부쩍 교육기부 운동을 활발히 펼치는 것으로 안다. 교육기부의 중요성에 대해 좀 더 얘기해 달라.

 ◇강 이사장=정말 중요하다. 교육기부는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해 학교와 더불어 기업, 대학, 공공기관 등 사회가 보유한 인적〃물적 자원과 개인의 재능을 활용해 다양하고 수준 높은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교육 분야의 나눔운동이다.

 교육기부라는 말이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다. 지난 ‘2009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도 학교는 창의적 체험활동이 실질적 체험학습이 되도록 지역사회 유관기관과 적극 협력해 프로그램을 운영토록 권장하고 있다. 교육기부를 통해 공교육의 한계를 보완하고 학교에서 어려웠던 다양한 체험 학습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특히 기업이 확보한 첨단시설과 우수한 인적자원은 학교에서 제공할 수 없는 살아있는 교육현장이다. 이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T, GS칼텍스, 대한항공, 타타대우 등 대기업의 교육기부 참여가 늘고 있다.

 ◇주 부국장=앞으로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어깨가 더 무거울 것 같다. 재단을 좀 더 알리고 재단의 역할과 업무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지원해야 할 것 같다. 올해 재단의 미션도 좀 바뀌었다고 들었다.

 ◇강 이사장=그렇다. 올해 재단은 예전과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났다. 특히, 지난 7월 정부로부터 ‘특정연구기관’ 지정을 받았다. 재단 발전에 있어 한 획을 긋는 의미 있는 일이다. 특정연구기관으로 지정됨에 따라 향후 정책·기획, 연구·개발, 업무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그 동안 재단에서 다소 취약했던 분야다. 과학문화 확산사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본다. 기존 일방향적 과학문화 확산보다는 쌍방향적 소통·융합을 기반으로 한 문화확산 사업을 적극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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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 교육의 창 아시아 대담이 19일 서울 대치동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열렸다. 강혜련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과(왼쪽) 주상돈 전자신문 부국장이 `창의교육`을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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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 교육의 창 아시아 대담이 19일 서울 대치동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열렸다. 강혜련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과(왼쪽) 주상돈 전자신문 부국장이 `창의교육`을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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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 사진=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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