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급여ㆍ배당잔치` 물거품되나

감독당국, `탐욕` 논란에 성과금ㆍ고배당 제동 움직임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홍정규 기자 = 올해 은행들이 사상최대 이익을 올려 급여와 배당이 훌쩍 뛸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감독당국이 `탐욕` 논란을 불러일으킨 은행권의 금리ㆍ수수료 수입과 고배당 움직임에 잇따라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은행들로선 최근 금융권을 둘러싼 비난 여론 등을 의식해 당국의 방침에 드러내놓고 반기를 들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충당금ㆍ준비금 개선‥"고배당 강행시 추가대응"

당국은 은행들의 배당을 억제하기 위해 제도 개선, 내부유보 확충 유도, 추가 대응 등 세 가지 접근법을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당국은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에 먼저 손대기로 했다. 연말까지 관련 규정을 손질하거나 은행 내규에 반영할 계획이다.

대손충당금은 판매비, 관리비와 더불어 은행이 지출하는 비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손충당금이 늘수록 비용이 많아지고, 그만큼 배당에 쓸 수 있는 당기순이익은 줄어든다.

대손준비금은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으로 대손충당금이 줄어들자 은행들이 손실에 대비해 자금을 더 확보하도록 하는 목적에서 도입됐다. 당기순이익의 일부는 대손준비금으로 떼어 둬야 한다.

당국은 일단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을 은행들이 제대로 쌓고 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면서 각 은행의 충당금과 준비금 적립 정책에 통일된 기준도 만들기로 했다. 가령 A 은행은 30억원 이상을 중요대출로 구분하는 반면 B 은행은 100억원 이상을 중요대출로 구분해 충당금을 더 쌓는 식으로는 은행마다 배당 여력에 편차가 생기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0일 "결론적으로 충당금과 준비금 적립 기준이 상향될 것"이라며 "늦어도 오는 12월까지 제도 개선을 마무리해 올해 연간실적부터 적용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당국은 고배당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꾸준히 내비치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감원장이 최근 잇따라 은행의 배당 자제와 내부유보 확충을 주문한 게 이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고배당을 강행하면 더욱 강력한 대응책을 내놓겠다고 당국은 `으름장`을 놓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들의 배당 수준을 지켜보고 나서 내부유보를 대폭 확충하고 배당을 낮추도록 유도하는 추가 대책을 여러 모로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과도한 이익 질타에 배당 압박‥은행들 `냉가슴`

가뜩이나 금리와 수수료 인하 압박에 직면한 은행으로선 당국의 배당 억제 방침에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사상 최대의 이익을 바탕으로 올해 성과급과 배당금 잔치가 벌어질 수 있다는 기대에 연거푸 찬물이 끼얹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현금입출금기(ATM)와 창구의 인출ㆍ송금수수료를 인하하는 방안을 금감원과 논의한 자리에서 각 은행들이 신중한 입장을 보인 배경에는 수수료 이익 축소가 임직원 급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점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예대마진과 수수료수입이 줄어드는 만큼 임직원 급여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내부유보 확충으로 배당성향도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들은 금융회사의 `탐욕`이 도마에 오른 마당에 드러내놓고 반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올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리게 된 속내를 들여다보면 은행권에 쏟아지는 비난이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신입직원의 임금을 삭감했던 은행들이 원상회복을 꾀하는 마당에 과도한 수수료 이익 문제가 불거지면서 임금 인상이 부정적인 여론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주주의 이익을 따지지 않을 수 없는 주식회사로서 배당을 무작정 억제하기 어렵다는 점도 호소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은행권 이익에는 현대건설 매각 등 3조2천억원의 특별이익이 들어 있으며, 기업구조조정 규모가 줄어 충당금 전입액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koman@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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