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추도식이 진행되는 날 벌어진 삼성전자 ‘기습 공격’에도 애플 측은 비교적 여유로운 반응이다. 지금까지 독일·네덜란드·호주 등에서 연이어 자사에 유리한 판결을 받은 데 이어 일본·호주 가처분신청 판결에서도 패배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삼성전자 이번 가처분신청 제기에 대해 “의미 없다”고 일축하며 “지금까지 판결대로 ‘FRAND’ 권리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통신표준에 대한 가처분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FRAND(Fair Reasonable And Non Discriminatory term)’란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라이선스 규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표준 특허에 대한 권리가 없는 측 시장 진입을 보장하기 위한 일종의 ‘약자 보호 규정’이다. 삼성전자가 네덜란드 헤이그법원에 제기한 아이폰·아이패드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결정적인 근거다.
따라서 이번에도 호주에서 3건·일본에서 1건이 제기된 표준특허 침해 여부는 프랜드 규정에 따라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을 본안 소송으로 미루면서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은 기각하는 것이 애플이 바라는 바다. 특히 이 두 나라는 아이폰4S 1차 판매국으로, 출시 초기인 지금이 한창 구매자가 몰리는 시기다.
또 애플 측은 일본에서 제소한 기능특허 3건(비행 아이콘 표시·사용자 중심 홈스크린 공간 활용·앱스토어 트리구조 표시)에 대해선 “특허로서 가치가 없는 일반적인 아이디어”라고 반박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에 대해서 펼친 ‘무효화 전략’과 유사하다.
다만 이 부분은 본안소송 전까진 애플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가처분 신청은 본안 소송과는 달리 ‘권리자로서 특허에 문제점이 없음’을 삼성전자가 증명하기만 하면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 측은 “앱스토어는 삼성보다 우리가 먼저 만든데다 다른 특허는 너무 일반적이라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그만큼 호주 갤럭시탭 10.1 판매금지는 본안소송 전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지방 법원에서 제기한 ‘일방 결정 신청서(ex parte application)’ 카드를 다시 꺼내들 진 미지수다. 삼성전자가 퀄컴과 특허에 대해 이른바 ‘소진이론’을 피하는 표준 특허를 골라 제소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창훈 특허법인 우인 미국변호사는 “퀄컴 등 애플이 통신 칩을 공급받는 업체가 퀄컴과 라이선스를 맺은 삼성전자 측 특허도 사용할 수 있도록 계약서상 명시할 경우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표>일본·호주 아이폰·아이패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관련 애플 입장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