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톱가상화(VDI)를 통해 PC를 제로클라이언트로 바꾸면 고장날 일도 없고 보안성도 높아집니다. 소음과 발열량도 줄고 사무 공간도 넓어지지요. 다 좋습니다. 문제는 돈입니다.”
한 보험사 전산기획팀장의 말이다. VDI가 기업의 화두로 부상했다. 많은 최고정보책임자(CIO)가 VDI를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가는 관문으로 여기고 있다. 효과는 둘째 치더라도 VDI가 앞선 정보화 수준의 상징처럼 여겨질 정도다. 여기에 ‘저전력’이나 ‘친환경’이라는 단어는 VDI 이미지를 보다 좋게 포장하고 있다.
문제는 ‘돈’이다. 일반적으로 제로클라이언트 혹은 신클라이언트 기반 VDI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필요한 비용은 사용자 1인 평균 250만원 안팎이다. 대량으로 구매하더라도 200만원가량이다. 제로클라이언트 단말기 등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개인별 OS 및 소프트웨어, DBMS 등을 포함하면 일반 데스크톱 PC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용이 투자된다.
적잖은 비용 때문에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곤 쉽사리 VDI 사업을 추진하기 힘든 실정이다. 임기 2~3년의 CIO는 ‘혁신’보다 ‘안정’을 원하기 때문에 VDI 같은 고비용 사업을 추진하려 하지 않는다. 벤더가 말하는 ‘장기적 관점의 투자’는 CIO에게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VDI뿐만 아니라 가상화의 확산이 더딘 것도 기능상의 이슈보다 ‘돈’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VDI도 전자태그(RFID)처럼 단지 한시대의 유행으로 그치고 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과감한 투자도 필요하지만 벤더가 ‘장기적 관점’만 운운하지 말고 스스로 비용을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많이’ 구입하면 싸다고 제안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개별 단말기와 SW 라이선스 가격을 낮출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제로클라이언트를 개발 중인 한 국내 업체는 가격을 대당 150만원까지 낮출 수 있다고 한다.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이 유료였다면 오늘과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가상화 시장이 확대되길 원한다면 일단 가격을 낮춰 고객 수부터 늘려야 한다. ‘장기적 관점’이란 결국 고객사가 아니라 벤더에 필요한 덕목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