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ㆍ엔터株 거품? 순익 대비 주가 최고

기관들도 매집…"고평가" vs "큰 버블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한지훈 기자 = 소프트웨어와 엔터테인먼트 업종 주가가 올해 들어 꾸준히 올라 시장수익을 크게 웃돌았다.

이에 따라 이들 업종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최근 모든 업종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주가수익비율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수익성 지표다. PER가 1을 넘으면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보다 주가가 높게 평가된 것을 의미한다.

소프트웨어와 엔터테인먼트 업종의 PER는 각각 26배, 18배에 달해 해당 주식들이 지나치게 고평가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게임ㆍ소프트웨어업종 PER 1위

10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순이익 추정치 기준으로 한 네오위즈게임스, 컴투스, 엔씨소프트, 위메이드, 게임빌 등 게임ㆍ소프트웨어 업종의 주가수익비율은 26배에 달한다. 전 업종 중 최고치다.

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업체들을 포함한 미디어 업종의 PER도 18배다.

기관투자자의 `러브콜`이 잇따르는 에스엠의 PER는 43배까지 치솟았다.

유가증권시장의 PER가 8배, 조선이나 화학업종은 7배, 반도체장비 업종은 10배인 데 비하면 이들 업종의 PER는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들 업종의 주가는 올해 스티브 잡스가 이끈 미국 애플사 덕분에 급등했다. 전 세계 IT산업 구도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위주로 바뀐 덕을 톡톡히 봤다. 세계 경기 둔화로 경기에 민감한 제조업과 하드웨어 시장은 위축된데 따른 반사이익인 셈이다.

모바일게임업체 컴투스는 올해 1만3천300원에서 최고 2만7천650원까지 178%, 게임빌은 2만7천350원에서 7만300원까지 157% 치솟았다.

네오위즈게임즈는 4만5천950원에서 7만2천400원으로 58%, 엔씨소프트는 20만8천500원에서 31만원으로 49%, 위메이드는 3만4천100원에서 6만700원으로 78% 각각 상승했다. SK C&C도 8만7천200원에서 15만7천원으로 80%나 급등했다.

에스엠의 주가는 작년 말 1만6천900원에서 최고 4만7천50원까지 178% 폭등했다.

올해 코스피가 14.20%, 삼성전자는 최고 101만원에서 70만7천원까지 30%나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민연금까지 가세한 엔터주 고평가 논란

게임 소프트웨어와 엔터테인먼트 업종이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주가가 과도하게 오른 데는 기관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올해 기관 순매수 최상위 종목에는 SK C&C, 엔씨소프트 등이 포함돼 있다. 게임빌과 컴투스에도 최근 3개월 동안 기관의 손길이 이어졌다.

에스엠 지분이 1% 넘는 자산운용사는 서너 곳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국민연금까지 에스엠 주식 매수에 가세해 6.24%를 보유, 4대 주주가 됐다.

증시분석가와 펀드매니저들은 소프트웨어와 엔터테인먼트 업종의 성장 추진력이 강하기는 하지만, 고평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영증권 김세중 이사는 "소프트웨어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아무리 성장모멘텀이 강해도 장기 성장성을 반영하기에는 워낙 흐름이 빨리 변화하는 산업이라 앞으로 지속적으로 시장을 주도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오성진 리서치센터장은 "소프트웨어와 엔터테인먼트 업종의 주가는 더는 싸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IT버블 때 IT업종의 PER가 400배까지 갔던 것을 고려하면 큰 거품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 증시분석가는 "에스엠 등 엔터테인먼트 업종은 다소 고평가돼 있다. 소녀시대 등 매출 비중이 높은 가수에게 어떤 일이 있을지 몰라 불확실성이 있고, 인기와 실적의 연결 고리도 모호하다"고 분석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에스엠 등 소프트웨어와 엔터테인먼트 업종이 싸지는 않은 상황이다. 내년에 얼마나 실적이 나올지 모르지만, 현재는 시장평균 평가가치보다 프리미엄을 많이 받고 있어 추가매수에 유보적이다"고 설명했다.

다른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도 "소프트웨어나 엔터테인먼트 업종의 주가가 더는 싸지 않고 조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내년 이익 증가 기대를 이미 반영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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