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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 본사 사옥 주변과 샌프란시스코, 새너제이 등 시내 애플 매장엔 꽃다발과 촛불을 든 추모 행렬이 연일 밤늦도록 이어졌다. 슈퍼마켓과 주유소 등 일반 상점에서도 스티브 잡스 사망을 애도하기 위한 영정 사진을 붙었다.

 공교롭게도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날 새벽 쿠퍼티노에서는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도시 전체가 혼란스러웠지만 잡스 추모 열기는 뜨거웠다.

 ◇추모객 행렬 이어져=스티브 잡스 사망 소식이 발표된 지 이틀이 지난 7일(현지시각) 오후 4시 30분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 본사를 찾았다. 업무 시간이라 도시 표정은 한산했지만 애플 사옥엔 추모객 발길이 쉬지 않고 이어졌다.

 추모 공간은 본사 사옥 내 인피니트루트 캠퍼스 한 쪽에 마련됐다. 이 공간은 애플이 제공한 것이 아니라 추모객들이 자연스럽게 만든 것이다. 애플 관계자는 이러한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을 뿐 통제하지는 않았다.

 소박하게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곳곳이 흩어져 있는 사과 모습이다. 추모객들은 애플의 상징인 사과를 가져와 스티브 잡스 영정 사진과 함께 놓아뒀다. 사과는 대부분 한 입 베어 문 애플 로고와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사과와 꽃다발 가운데에는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스티브 잡스의 옛 모습을 담은 사진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추모객 가운데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눈물을 적시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름을 밝히기 꺼려한 그는 애플에 짧은 기간 동안 근무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스티브 잡스와 잠시 동안이라도 함께 일했던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그 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애플을 사랑했고 스티브 잡스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는 것을 본인도 잘 알고 있을 것이고, 고마워할 것”이라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버클리에서 살고 있다는 김영미 씨는 “스티브 잡스 사망 소식을 듣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모두에게 영감을 주는 그의 멋진 발표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며 아쉬워했다.

 많은 추모객은 스티브 잡스가 남긴 이 시대 최고의 걸작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이 같은 광경을 열심히 담아갔다. 몇몇 사람은 자신이 쓰던 아이폰과 아이패드 액세서리를 놓고 가기도 했다.

 애플 직원의 모습도 간간이 보였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았다. 직원들은 추모객 모습만 살펴보다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다. 6시쯤 퇴근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엔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주유소 등 시내 상점에도 추모 물결이=쿠퍼티노 인근 상가도 추모행렬에 동참했다. 레스토랑과 편의점은 물론이고 주유소에서도 스티브 잡스를 애도하기 위한 영정 사진들이 걸렸다.

 쿠퍼티노에 있는 한 주유소에서는 시민이 주유를 하던 중에도 스티브 잡스의 영정 사진에 다가와 기도하는 등 그를 애도했다. 주유소 내 붙은 스티브 잡스 영정에는 ‘온 세상이 당신을 그리워 할 것이다(The world will miss you)’는 메시지도 함께 적혀 있었다.

 하지만 같은 날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상점과 거리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지역 뉴스에서는 하루 종일 총격 사건을 주요 뉴스로 실시간 다루고 있어 긴장감까지 감돌았다. 게다가 겨울을 알리는 차가운 비까지 내려 쿠퍼티노 주변의 분위기는 스산했다.

 시내 애플 매장은 온종일 추모객으로 붐볐다. 쿠퍼티노 인근 샌프란시스코에서 애플 매장은 대표적인 추모지로 떠올랐다. 이곳은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매장이다. 추모객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애플 매장 앞으로 모여들었다. 어둠이 내리자 추모객들은 아이폰을 꺼내 촛불 영상을 켠 채 자리를 지켰다.

 애플 매장 앞 창문에는 스티브 잡스에서 남김 메시지로 가득하다. ‘당신이 한 일에 감사한다(Thanks for what you had done)’ ‘애플은 지금껏 가장 훌륭한 과일이다(Apple is the most awesome fruit ever)’ ‘스티브, 당신은 떠나지 않았고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Steve, you are not gone, nor ever forgotten)’ 등의 메시지가 빼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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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퍼티노(미국)=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