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전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의 사망 이틀째인 6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시에 위치한 애플 본사는 사옥에 조기를 게양해 그를 추모했다.

이날 본사와 그의 저택 앞 인도에 마련된 추모공간에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꽃다발과 추모카드 등을 든 일반 추모객들이 줄을 이었다.

◇ 쿠퍼티노 본사…조기게양

간간이 비가 내리는 을씨년스러운 날씨 속에 쿠퍼티노 시내에 위치한 애플 본사에서는 이날 직원들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출근해 정상근무를 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본사 캠퍼스를 오가는 직원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일부 직원들은 서로 마주 보며 슬픈 표정을 짓기도 했다.

애플 사옥 정중앙에 있는 국기 게양대에는 미국 국기와 캘리포니아주기, 애플 사기가 모두 조기의 형태로 게양돼 전 CEO 스티브 잡스의 죽음을 애도했다.

전날인 5일 오후부터 인피니트 루프 한쪽 벤치에 마련된 추모공간에는 꽃다발과 촛불, 애도의 글을 적은 카드들과 애플의 상징인 사과 등이 수북이 쌓여갔다. 또 미국민 뿐 아니라 관광객으로 보이는 중국인과 일본인의 모습도 보였다.

일부 애플 직원은 먼발치에서 일반 추모객들이 잡스의 죽음을 애도하는 장면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기도 했으나 잡스 사망에 대한 개인적인 소감이나 애플의 미래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현지 언론들은 애플이 직원들에게 언론과 접촉하지 말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아들 브라운(3)과 함께 추모벤치를 찾은 나타샤 오린(여)씨는 취재진에 둘러싸여 "남편이 애플 본사의 직원"이라고 밝힌 뒤 "아들에게 세상을 변화시킨 잡스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서 이곳에 나왔다"고 말했다.

인근 IT업체에 다니는 래니 버티타(45.엔지니어)씨는 "점심시간에 짬을 내 잡스를 추모하기 위해 왔다"면서 "(발명왕) 에디슨과 비견할만한 대단한 사람과 동시대에 살았다는 것만 해도 가슴 벅찬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플 제품의 아이디어 대부분이 잡스로부터 나왔던 만큼 그가 없는 애플이 현재의 모멘텀을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아보여 우려된다"며 "하지만 잡스가 이미 청사진을 마련해 놓았기 때문에 애플이 앞으로도 멋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잡스 집 앞에도 추모객…주인 잃은 잡스의 벤츠 승용차 눈길

팰러앨토 주택가에 자리 잡은 잡스의 저택에는 이날도 추모객들이 모여들었다.

앞마당 도로가에 마련된 추모공간에는 꽃다발과 카드들이 놓여 있고 아이팟과 한입 베어 문 사과들도 눈길을 끌었다.

잠시 갠 날씨에다 저택의 앞마당에 각종 꽃이 탐스럽게 피어 있어 전날 밤 썰렁했던 분위기와는 대조를 이뤘다.

특히 뒷마당으로 향하는 뒷길에는 잡스가 타고 다녔던 것으로 추정되는 번호판 없는 2007년형 메르세데스 벤츠 SL55가 한대 주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잡스가 번호판 없는 벤츠를 수년간 `애마`로 이용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이다.

하지만 전날 밤과 달리 경비가 대폭 강화돼 사복 보안요원들이 곳곳에 배치됐으며, 뒷마당으로 들어가는 이면도로를 바리케이드로 차단하고 차량은 물론 일반인과 기자들의 접근을 막았다. 경찰 순찰차도 3대가 별도로 배치됐다.

하지만 도로변에 마련된 추모공간에는 소규모지만 추모행렬이 계속 이어졌다.

이곳에 잡스의 명목을 비는 내용을 담은 카드를 가져온 데이비드 라그빈(45·부동산중개업·샌타크루즈 거주)씨는 "그의 사망소식을 듣고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카드를 가져오게 됐다"며 "그는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이라고 말했다.

팰러앨토에 거주한다고 밝힌 한 40대 남성은 "핼러윈 때마다 잡스의 집 앞에는 사탕을 받으려는 아이들로 긴 줄이 생기곤 했다"면서 "2009년에는 아이팟을 준다는 소문 때문에 줄이 엄청나게 길었던 적도 있었지만 앞으로는 그런 풍경을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