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집중(focus)과 단순함(simplicity)을 강조한 것은 선(禪) 불교의 영향 때문이라고 미 abc 방송이 7일 보도했다.

미국 불교협회 개리 리 서기는 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동안 잡스의 개인적 삶에 큰 주목을 하지 않았지만 그의 과거 행적과 연설을 보면 그가 불교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잡스는 1973년 그의 대학 친구인 대니얼 코트케와 인도를 여행했고, 귀국할 당시에는 머리를 삭발한 채 인도 수도승의 복장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또 둘째 부인인 로렌 파월과의 결혼도 선불교 승려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그가 학창시절 빈궁한 처지에 있을 때 일주일에 한 번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7마일을 걸어가 하레 크리슈나 사원에 갔다는 얘기도 널리 알려져 있다.

잡스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리처드 베이커는 1971년부터 1984년까지 샌프란시스코 선 센터의 본부장이었다.

컬럼비아대 불교학과의 로버트 더만 교수는 "잡스가 불교 신앙을 실천했다고 말하진 않겠다. 그러나 그는 분명 동양적 정신원리와 선의 시각에서 창조적 접근을 시도했고, 틀에 박힌 상자 밖으로 나오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애플 제품의 디자인이 갖는 단순성을 기억할 것이며, 단순성은 선의 사상"이라고 덧붙였다.

잡스는 1998년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함은 복잡함보다 어려울 수 있다"며 "단순해 지기 위해서는 생각을 정리해야 하고 그 경지에 이르면 산도 옮길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잡스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는 존 스컬리 전 펩시 회장은 "집에 가구가 거의 없었다. 아인슈타인의 그림 한 점과 타파니 램프, 의자 하나와 침대 하나가 전부였다"고 회상했다. 그가 삶 속에서 얼마나 단순함을 추구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방증이다.

잡스는 1980년대 세계적인 타악기 연주가 미키 하트, 배우 리처드 기어 등과 교분을 맺었고 당시 만남의 주제는 `티베트 불교`였다고 더만 교수는 전했다.

더만 교수는 "잡스가 티베트 불교에 심정적으로 동조했고 티베트인들에 대한 조언도 했었다"면서 "하지만 그는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었고 불교에 함몰돼 있던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불교와 함께 잡스의 정신세계에 영향을 미친 것은 1960년대 히피 문화였다.

히피 문화를 주도했던 간행물인 `홀 어스 카탈로그`는 그에게 성서와 같았다고 한다.

그의 명연설로 꼽히는 2005년 스탠포드대 졸업식 연설에 나오는 `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살아라`(stay hungry, stay foolish) 라는 말 역시 이 카탈로그에 나오는 글귀에서 인용한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