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유지해 온 ‘청계천 청혼의 벽’ 벌써 777번째 커플

서울시설공단은 9월말 현재 청계천 청혼의 벽에서 프로포즈한 시민이 745쌍이며, 이르면 10월말께 777번째 사랑을 고백하는 행운의 커플을 위해 깜짝 이벤트를 마련한다고 7일 밝혔다.

청계천 물과 디지털 영상을 접목한 청혼의 벽에서 777번째 프로포즈 행사를 하는 커플에겐 평상시 청혼 프로그램 외에 깜짝 축하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가 제공된다.

특히 공단은 777번째 행운을 기념하는 선물과 함께 프로포즈 장면을 촬영한 예쁜 사진액자와 영상파일도 제공할 예정이다.

청혼의 벽은 지난 2007년 12월 24일, 성북천과 정릉천 2개의 물길이 청계천과 합류하는 두물다리에 설치됐다.

두물다리에서 진행되는 사랑고백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연인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상징적인 의미에다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아 단번에 최고 인기 프로포즈 장소로 떠올랐다.

특히 환상적인 분위기 연출 덕분에 청혼 성공률이 100%에 육박, “거절 당하면 어쩌나?”하는 프로포즈의 두려움을 없앤 것이 ‘청혼의 명당’으로 입소문 나는 요인이 됐다.

공단이 지난 4년간 청혼의 벽 이용실태를 분석한 결과 9월말 현재까지 745쌍이 사랑을 고백했는데, 이를 계기로 결혼에 이른 커플도 250여쌍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랑고백은 연말이 다가오는 10~12월이 모두 229건(30.7%)으로 가장 인기였다. 해를 넘기지 않고 결혼 약속을 하려는 젊은 연인들의 심리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요일별로는 토요일 밤(38%)과 금요일 밤(27.7%)이 프로포즈 D-데이로 선호됐다.

30대(51.1%)와 20대(42.7%) 등 예비 신랑 신부가 주를 이루지만 40대 이상(6%) 중장년층도 앙코르 프로포즈에 관심이 많았다. 이벤트 신청자 중 남성비율은 88.3%.

청혼의 벽은 결혼을 앞둔 30대 남성이 늦가을에서 초겨울 토요일밤, 예비신부를 위한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펼치는 새로운 청혼 풍속도를 낳은 셈이다.

청혼의 벽에서 이루어진 사랑고백은 젊은 연인부터 중년부부에 이르기까지 나이와 국적, 사연도 다양했다.

또 서울, 경기 등 수도권뿐 아니라 부산, 대구, 광주 등 지방거주 연인들이 원정 프로포즈를 하거나, 청계천을 찾은 외국관광객들이 프로포즈 체험을 원하는 사례도 자주 있다.

여자친구 몰래 프로포즈를 준비했던 김 모씨(24)의 경우 “파트너가 두물다리를 못 찾고 1시간이나 헤매 ‘약속 장소를 왜 이런 데 잡았느냐’고 화내 하마터면 헤어질뻔 했는데, 곧이어 진행된 깜짝 이벤트에 감동받아 결혼을 약속하게 됐다”며 흐뭇해 했다.

지난해 4월 청혼을 받은 신부 이 모씨(33)는 결혼 1주년 때 어게인 프로포즈를 준비, 신랑에 대한 감동선물은 물론 주변의 부러움을 한껏 받았다.

박승오 청계천관리처장은 “청혼의 벽은 젊은이만 위한 곳이 아니라 부부의 사랑을 재확인하는 이벤트도 환영하므로 중년 부부나 어르신들도 많이 이용하시길 바란다”고 권했다.

청혼의 벽은 다문화가정, 신체의 불편을 사랑으로 극복한 장애우 등 소외된 이웃에게 희망와 용기를 주는 사회공헌활동의 장이기도 하다.

지난 5월 13일, 2차례 결혼 실패 후 베트남 부인과 가정을 꾸린 김 모 씨(40), 교회에서 만난 필리핀 여성에게 첫 눈에 반해 결혼한 천 모씨(42) 등 국경을 넘는 다문화가정의 사랑고백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어 8월 6일, 칠월칠석엔 여성 신청자가 청혼을 하는 ‘기러기 부부 특별 이벤트’로, 4년째 장거리 연애중인 남자친구에게 청혼한 이 모씨(24)와 결혼하자마자 떨어져 지내게 된 남편에게 사랑을 고백한 박 모씨(30)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청혼의 벽을 이용하려면 인터넷( http://propose.sisul.or.kr )을 통해 수~토요일 중 이용 가능한 날짜를 신청하고 청혼사연과 프로포즈 UCC 영상 또는 사진파일 등을 올리면 된다.

무대, 조명, 음향 등 청혼의 벽 이용료는 없으며, 예약한 시간에 두물다리 (지하철 2호선 신설동역 9번출구 800m, 용두역 5번출구 약 200m)로 오면 된다.

행사는 신청자가 무대에 등장해 버튼을 눌러 준비한 영상이 워터스크린 위로 나타나면서 시작한다. 사랑고백을 받아들이는 순간 조명과 함께 분수가 춤을 추는 특수효과가 연출되고, 이어 기념촬영(호박마차) 자물쇠 걸기(자물쇠존) 사랑의 맹세 동판 걸기(언약의 벽) 등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전자신문미디어 테크트렌드팀 tren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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