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남미 등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애니메이션·공연 등 분야를 다양화한 덕분에 콘텐츠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제 콘텐츠는 우리의 주요한 수출 및 성장동력산업을 넘어 국가 브랜드를 크게 제고할 수 있는 홍보매체로서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음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창의적이고 상품성이 있는 콘텐츠는 스토리텔링·이미지 창조, 기획·마케팅 등 각 단계별로 상호 유기적인 작업을 통해 제작된다. 즉 콘텐츠는 한 기업이나 한 작업자에 의해 처음부터 끝까지 제작되는 것이 아니다. 각 단계별 협업에 의해 비로소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탄생한다. 최근 콘텐츠 산업은 다양성 및 빠른 변동성으로 인해 계약형태가 복잡·다변화하고 있다. 갑을관계가 비교적 명확한 거래 특성 상 분쟁발생 가능성도 상존한다.
사업자 간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담당하는 대한상사중재원에는 콘텐츠 제작 및 거래에서 발생하는 분쟁에 대한 상담이 이어진다. 용역대금 미지급, 일방적인 계약해지, 부당한 계약조건 강요 등 중소 콘텐츠 사업자들을 어렵게 하는 분쟁 유형이 다발적으로 보고된다. 분쟁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계약서를 검토할 때마다 불공정한 계약조항들이 많았다. 심지어 아예 계약서 없이 구두에 의해 거래를 한 경우도 상당해 피해업체들에 대한 실질적인 구제가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상품성 있는 콘텐츠 개발에 일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은 불공정한 계약에 의해 상대방에 빼앗기는 일이 빈번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계약 체결 시 중소 콘텐츠 기업 스스로 부당하거나 불공정 조항 등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계약 상 열등한 지위에 있는 중소 콘텐츠 기업들의 현실을 고려할 때 계약서 작성을 기업들 자율에 맡기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하는 ‘콘텐츠 공정 거래 법률자문서비스’와 ‘콘텐츠 공정 거래 교육’은 그 의미가 적지 않다고 할 것이다. 콘텐츠 분야별 표준계약서 제정 역시 중소 콘텐츠 사업자의 거래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된다.
이러한 노력들 못지않은 중요한 요건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도록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는 기업문화 정착이 필수적이다. 콘텐츠 제작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중소 콘텐츠 기업을 건전하게 육성하지 않고 일류 콘텐츠를 개발할 수 없다. 우리 중소 콘텐츠 기업들이 불공정 조항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오로지 창작과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나라가 진정한 콘텐츠 강국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는 또 하나의 조건일 것이다.
오현석 대한상사중재원 진흥전략팀장 ohs1905@kcab.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