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가 실물경제로 파급되면서 올해 10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릴 국내 팹리스 기업이 지난해에 이어 단 한곳에 머물 전망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2570억원으로 유일하게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실리콘웍스를 제외하고는 올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는 팹리스 기업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초 몇몇 기업이 의욕적으로 매출 1000억원 돌파라는 목표를 수립했지만 이제는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무리하게 매출 목표를 달하는 것 보다는 내년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실리콘웍스는 최근 수익은 떨어졌으나, 매출 성장세는 유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상반기에 1439억원을 올려 연 매출 3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회사는 아이패드3 부품 공급으로 인해 4분기에 좋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1000억원 매출에 근접한 기업은 이엠엘에스아이와 실리콘마이터스다. 두 회사 모두 창업이래 가장 큰 성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상반기 이엠엘에스아이는 467억원, 실리콘마이터스는 480억원을 달성했다. 두 회사 모두 매출이 1000억원 가까이 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돌파 시점은 내년으로 예상했다. 하반기 급속한 경기둔화가 발목을 잡은 셈이다.
두 회사는 내년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한 신제품 출시에 집중하고 있다. 이엠엘에스아이는 플래시 제품을, 실리콘마이터스는 모바일 전력관리칩(PMIC)를 준비 중이다.
2008년 99억원에서 553억원(2009년), 938억원(2010년)으로 매년 가파른 매출 상승을 거둔 아나패스는 LCD 시황악화 영향을 고스란이 받고 있다. 상반기 매출은 전년보다 소폭 감소한 430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으며 하반기에도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이 회사 주요 제품은 LCD에 들어가는 타이밍컨트롤러 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출 1000억원이라는 수치는 기업규모와 지속성이라는 면에서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며 “하지만 국내 팹리스들이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유지하는 것도 힘겨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