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열린 13개 국회 상임위 국정감사 이슈는 단연 유럽발 재정위기로 촉발된 국내 금융시장 불안감 대책과 이명박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에 모아졌다.
한국은행을 상대로 한 정무위 국감은 금융시장 혼란, 물가관리 실패, 가계 부채 폭등 등의 대책을 놓고 여야를 막론하고 책임추궁이 이어졌다.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법사위 국감은 이국철 SLS회장이 폭로한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의 실체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한국은행에 대한 재정위 국감에서는 현재 우리 정부가 갖고 있는 외환보유액의 적정성 여부가 화두가 됐다. 위원들은 지난 8월말 기준 3122억달러의 외환보유고가 대외 충격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지, 외국인의 급격한 자금 이탈을 막을 방안은 없는지 등을 잇따라 물었다.
권경석 한나라당 의원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6월말 단기 외채 1497억달러의 2배 이상이라 위기 대응이 충분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리먼 사태’ 같은 금융위기 상황에서는 이것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면서 “국내 연기금의 해외자산 확충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은 통화스와프의 확대를 통한 안정적인 통화조달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금융위기가 닥치면 외환차입 상환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등으로 금융시장 전체가 흔들리고 거시경제가 불안해진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국내외 경제상황을 묻는 재정위 위원들의 질문에 “해외 위험요인으로 국내 경제가 성장하방위험이 커졌다”면서 “주요국의 재정정책 소진, 문제해결을 위한 리더십 약화 등 때문에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총재는 그러나 물가에 대해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집중호우에 따른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지난달 5.3%를 기록했으나 점차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김 총재는 또 최근 빈발하고 있는 금융기관 전산장애 사고에 대해 “금융시장에 영향력이 큰 중·대형 은행과 소액결제시스템에 참가하고 있는 금융투자업자에 대해 금감원과 공동 조사를 벌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책연구기관들의 비정규직이 크게 늘어 고용불안으로 인한 과제수행의 연속성과 연구의 질이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무위 소속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은 이날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감사에서 산하 연구기관들의 비정규직 인력이 2009년 1466명에서 지난 8월 현재 2056명으로 140% 증가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의 경우 출연금에서 인건비가 지원되지 않고 연구과제별 사업비에 인건비가 배정돼 있다.
유 의원은 이 때문에 국책연구기관들이 전문인력을 충원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연구원들도 고용불안으로 이직률이 높고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연구업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및 소속 21개 연구기관의 세종시 및 혁신도시 이전이 당초 계획보다 1년 가량 늦춰진 것으로 드러났다.
정무위 소속 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이 연구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전시기가 지난해 국감당시는 2012년 12월로 돼 있으나 이번 자료에는 2013년 12월로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세종시로 이전하는 기관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를 포함해 총 16개며, 혁신도시 이전기관은 6개다.
이에 대해 연구회측은 “현재의 청사를 매각하더라도 2800억원이 부족해 순연될 수 밖에 없다”고 답했다. 또 한국개발연구원, 한국법제연구원, 한국조세연구원 등 세종시에 자체 청사를 짓기로한 기관들은 현 청사가 매각되지 않아 자금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임 의원은 “연구기관 이전이 지연되면 세종시 건설사업도 차질을 빚게 된다”면서 “예정대로 이전할 수 있도록 다각도 대책을 마련해라”고 촉구했다.
◇오늘의 국감(9월28일)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m,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