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 사장(45)은 공고 출신이지만 선박 업계 근무 경험을 토대로 지난 1996년 선박엔진 부품 회사 재성산업을 세웠다. 3년 평균 매출이 30억원에 불과하지만 매년 2억원 이상 연구개발에 투자해왔다. 하지만 소외감이 적지 않았다. 정부 R&D자금을 지원받는 데 필요한 사업계획서 작성이 중소기업 입장에서 그림의 떡인 탓에 신청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술력은 있지만 외형이 작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100억원 규모 ‘첫걸음 부품·소재 기술개발 사업’이 시작된다. 지경부는 첫걸음 부품·소재 기술개발 사업 대상기업 46개를 선정, 27일 포스트타워에서 발대식을 가졌다.
이 사업은 그간 정부 R&D자금을 한 번도 받지 못했지만 기술력과 재무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성공 유전자를 가진 숨어 있는 강소기업을 발굴하는 것이 목적이다. 미래 잠재역량을 가진 기업을 발굴, 기회를 제공하고자 ‘따뜻한 R&D’ 개념을 도입했다.
올해 ‘첫걸음 부품·소재기술개발 사업’에는 730여개 기업이 신청, 15.9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선정된 46개 기업의 지난해 평균 매출액은 35억원(50억원 미만 기업이 전체 71.8%)이다. 기업 대표는 대부분 고졸 출신에 현장 경험이 많은 자수성가형 인재들로 그동안 정부 R&D 사업의 대표적 수혜자인 석〃박사 출신 전문경영인들과는 달랐다.
선정 기업 R&D과제도 뿌리산업 등 중소기업에 적합한 핵심 요소기술들이다. 46개 과제 중 7개 과제(15.2%)가 표면처리·용접·주조·금형 등 뿌리기술이었다. 앞으로 2~3년간 1억~3억원의 기술 개발비를 지원한다.
이승우 지경부 부품소재총괄과장은 “고급인력 부족 등으로 정부 R&D사업 참여 시 복잡한 절차, 방대한 사업계획서 작성 등을 요구, 경험이 없는 중소기업에는 진입장벽이 됐다”며 “행정 절차를 대폭 개선했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