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디스플레이 산업 위기 극복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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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차세대디스플레이연구센터(ADRC) 소장.

 장진 경희대 석학교수(정보디스플레이학과) jjang@khu.ac.kr

 

 올해는 우리나라가 세계 LCD 시장 점유율 1위가 된지 10년이 되는 해다. 우리나라 LCD 산업은 1995년 양산을 시작한 이후 급속한 성장을 거듭해 국가 주력산업으로 부상했다. 최근 국내 업체들은 부품-패널-TV 수직계열화를 바탕으로 시장 지배력을 더욱 확대해 점유율 50%를 넘어섰다. 그러나 국내 LCD 업체들이 8세대 양산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 동안 대만 기업들의 기술력이 향상돼 국내 기술과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 또 최근 중국 기업도 8세대 생산을 시작, 8세대 LCD 기술로는 외국 업체들과 차별화가 어렵게 됐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대표되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개발한 전자종이가 있지만, 컬러화와 플라스틱 기판 박막트랜지스터(TFT)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산업 영향력은 미미하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등 휴대용 LCD도 디스플레이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다. 아이폰, 아이패드용 패널도 한국, 일본, 대만 업체들이 애플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차별화된 기술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3D 디스플레이는 가정용 TV는 안경을 착용하는 방식으로 먼저 상용화가 됐고, 무안경 방식 기술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3D 원천 기술은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지만, 3DTV 상업화는 우리나라 기업의 우세가 절대적이다.

 LCD 산업을 이어받을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작년부터 국내에서 대량 생산이 시작돼 올해는 40억달러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AM OLED 세계 시장 점유율 90%를 훨씬 넘어선 것은 국내 디스플레이 연구개발 능력이 매우 우수함을 증명하는 것이다. AM OLED는 2000년대 초·중반 산요-코닥, 소니 등 일본 업체들이 소량 생산한 적은 있지만, 사업성 때문에 양산을 포기한 제품이다. 이는 AM OLED의 TFT 기술이 LCD TFT 기술에 비해 100배 정도로 어렵고, 대형화도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만이 유일하게 AM OLED를 대량 생산하고 있다.

 AM OLED가 LCD를 이은 큰 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기업들이 AM OLED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 다행스럽게 국내 업체들이 매우 적극적이어서 예상보다 빨리 AM OLED TV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국내 업체들의 기술 개발 능력이 매우 우수하고, 부품소재 및 장비를 망라한 국내 인프라가 강해졌기 때문에 가능하다. TV 등에 응용되는 대형 AM OLED 기술로 일본, 대만, 중국 등 경쟁업체들과 차별화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이 중화권에 추월당할 수도 있다.

 이제 디스플레이 산업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바꿀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LCD와 AM OLED는 기술적으로 TFT와 디스플레이 모드인 액정 혹은 OLED 소자가 결합된 것이다. TFT는 반도체 기술로, 그 근원은 메모리 및 CPU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반도체를 이해해야 좋은 LCD와 AM OLED 생산이 가능하다.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기술에 인문학을 어우르는 대표적인 융합 제품이 바로 아이폰과 아이패드다. 이 같은 융합 제품이 탈출구가 될 수 있다. 두루마리형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달린 휴대폰, 디스플레이 화면에서 본인을 확인해 다른 사람이 쓸 수 없는 스마트폰 등을 기대할 수 있다. 또 둘둘 말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사용할 수 있는 전자책, 자동차 유리창에 부착된 투명 디스플레이 등 융합형 신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결국 창조적 기업으로 변신하는 업체만이 현재의 디스플레이 산업 위기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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