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교육의 창 아시아]<6>또 하나의 창의 학교, 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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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유인력법칙, 특수상대성이론, DNA이중나선구조를 비롯한 위대한 발견은 모두 20대에 결실을 본 꿈들이다. 무한한 지적 호기심과 상상력이 고조에 달할 때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는다.

 학생들의 창의력은 흘러넘치지만 기존 교육 틀의 공간은 이를 충족시키기에 좁다. 최근 학교에서도 융합형 과학교육과 체험활동을 확대하지만 학생별로 차별화된 시설을 제공하고 지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과학관이 이 부족한 공간을 채워주고 있다. 과학관의 우수한 시설과 전문 인력이 미래의 창의과학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학생들에게 창의적 과학실습의 장을 제공하며 제 2의 창의교육 학교로 거듭나는 국립과천과학관을 찾았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한 초가을 휴일 과천과학관의 전시관은 여느 때처럼 어린이와 학생들로 북적였다. 특히 본관 3층에 위치한 실험동은 무슨 파티라도 벌이는 듯 남녀 학생들의 웃음소리로 떠들썩하다. 소리를 쫒아 실험실 안으로 들어서니 10여명의 남녀 고등학생들이 몸에 각종 센서를 붙인 채 뛰고, 노래하고,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 옆에서는 센서와 연결된 모니터를 쳐다보며 키보드를 두드리고, 기록하고 있었다. 언뜻 봐서는 병원에서 심전도 검사를 할 때 사용하는 장비 같아 보인다. 조용히 다가가 무슨 실험이냐고 물었다.

 “MBL(Microcomputer Based Laboratory) 실험입니다. 과학실험 활동을 컴퓨터를 활용해 그 데이터를 취득하고 다양하게 분석하는 시스템 입니다.”

 함께 실험 중인 상암고등학교 2년 박성환(18)군은 센서로부터 수집한 자료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도식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험실 학생들은 국립과천과학관이 선발한 ‘과학창의 랩’ 과학동아리 소속 학생들이다. 일요일을 활용해 과학관 실험 장비를 통한 소기의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것.

 과천과학관은 창의적 체험활동 활성화를 위해 올해부터 학교 과학동아리의 활동을 지원하는 ‘과학창의 랩’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김정영 과천과학관 주무관은 “과학관 실험실을 활용해 비판적 이해를 통한 문제인식부터 끈기를 가지고 문제를 해결, 과학탐구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시설과 전문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과학관은 올해 과학·수학·기술·발명에 관련된 중·고·대학생 과학동아리와 교사연구회 등 총 20개 팀을 지원한다. 각 동아리는 장소와 비용의 제약 때문에 연구하기 어려웠던 실험활동을 과학관에서 할 수 있다. 실험실은 밤 11시까지 개방되며 각 동아리에게는 재료 구입과 활동비로 200만원을 별도 지원한다.

 과학을 좋아하는 학생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지난 8월부터 접수를 시작한 ‘과학창의 랩’에 총 50여개 동아리가 지원했다. 어려운 심사 끝에 20개 동아리가 선발됐고 선발된 동아리들은 9월부터 6개월간 본격적 활동을 시작했다.

 동아리는 월 2회 이상 과학관을 방문해 연구하며 내년 2월 중에는 결과물을 제작하고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성과전시회도 갖는다.

 각 동아리가 제시한 탐구주제도 다양하다. 교과과정과 연계한 실험도 있지만 학생들 스스로 제시한 산뜻한 아이디어들도 많다.

 등촌중학교 학생들은 ‘보도(步道)면에 서식하는 식생의 광합성 연구를 통한 친환경 보도블럭’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또 ‘손발전기로 만든 전기를 충전하고 활용하기’를 주제로 제시한 중학생들도 있다.

 과학관은 “과학창의 랩은 창의과학 꿈나무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라며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실험을 수행하고 결론을 도출토록 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상암고 동아리 실험에도 과학교사가 함께 참여했다. 하지만 교사는 실험방법이나 실험도구사용 등 학생들이 필요할 때 조언을 해주는 정도의 역할만 하고 있었다. 학생들 틈에 섞여 교사가 있는지조차 잘 모를 정도다.

 박성은 상암고 교사는 “학생들이 과학 활동 가운데 수학적 원리가 들어가는 것을 찾아보고 ‘수학을 재미있는 과학으로 연계시켜보자’는 주제를 제시했다”며 “교사는 학생들이 실험을 진행하는 과정의 조언자 정도의 역할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생들은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다른 여러 상황을 연출한 뒤 각 상황별로 센서가 얻은 데이터를 조합, 분석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과천과학관에는 ‘창의과학랩’과 함께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는 프로그램이 두 개 더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 지원 특화프로그램 ‘POS’와 ‘자유탐구’ 프로그램이다.

 ‘POS’는 학급이나 동아리 등 20~40명 규모의 단체를 위한 것으로 전시물 하나를 집중 탐구한다. 수많은 전시물을 대충 보는 것이 아니라 예측-관찰-설명 등 체계적 순서로 하나의 전시물을 깊이 있게 관찰한다. 전문가의 심도 있는 설명도 곁들여진다.

 ‘자유탐구’프로그램은 학생들의 교과과정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준다. 자유탐구는 개정 국가 교육과정에 도입돼 학생들이 매년 각자 자유롭게 과학탐구 주제를 선정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탐구활동을 수행하는 과목이다. 과학관은 각 학년별, 수준별 과정을 선별해 학생들이 탐구할 수 있도록 제시하고 있다.

 우사임 과학교육과 과장은 “미래 과학리더 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탐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며 “청소년과 교사들의 창의·과학 요람의 역할 수행하는 또 다른 창의학교”라고 말했다.

 

 ◇인터뷰-우사임 국립과천과학관 과학교육과 과장

 “창의교육의 핵심은 학생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런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창의과학 랩’을 비롯해 각종 학생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우사임 과장은 최근 부쩍 바빠졌다. 하루에도 여러 곳의 동아리, 단체, 학급 등이 과학관을 찾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과학관의 역할이 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과학관이 단순한 전시역할에 그치지 않고 미래 과학자가 찾아와 보고, 연구하고 느낄 수 있는 체험교육의 최전선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과학관에는 많은 자료와 도구들이 있습니다. 분야별 전문가들도 대거 포진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낮 시간 동안 전시관만 둘러보고 돌아간다면 과학관의 우수자원을 제대로 활용했다고 할 수 없겠죠.”

 그래서 학생들에게 과학관을 과감히 개방했다.

 “저녁에도 과학관 실험실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습니다. 지도교사가 있기는 하지만 실험의 주제선정과 실험진행을 전적으로 학생들이 결정합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터득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학생들의 요구는 높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살아 있는 체험의 장을 제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학생들의 요구와도 맞아 떨어졌다. ‘창의과학 랩’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 신청을 시작하자마자 무여 50여 곳이 넘는 곳에서 참의 문의가 쇄도했다.

 “학생들이 나름대로 제시한 연구주제를 보니 모두 다 받아주고 싶을 만큼 참신했습니다. 물론 무리한 과제도 있었지만 기존의 틀을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보였습니다. 일부만 지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고민스럽게 선별했지만 내년에는 더 많은 동아리를 지원하고자 합니다.”

 그는 “기존에 제시된 주제와 방향을 토대로 한 체험활동은 많지만 비용도 만만치 않고 결코 창의적이지도 않다”며 “학생 스스로가 비판적 이해를 통한 문제 인식부터 문제해결, 응용을 통한 이론화에 이를 수 있는 체험학습의 장이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과학창의 LAB 활동 동아리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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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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