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매각이 ‘STX의 입찰포기’라는 돌발변수로 틀 자체가 바뀌었다. 채권단은 예정 일정대로 매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주까지 내놓기로 한 입찰 안내서가 다시 미뤄졌다. 21일 발송 예정에서 벌써 두 번째 지연이다. 채권단 주간사인 외환은행은 입찰 안내서에 담을 내용을 결정하기 위해 채권단간에 회람을 돌리고 있다. 입찰 안내서가 미뤄지자 시중에는 각종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6일 “입찰 안내서가 나온 후 모든 것을 판단하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여전히 불투명한 하이닉스 매각 전 판도를 쟁점 사안별로 풀어본다.
◇추가 인수 후보 나오나= 채권단은 STX가 빠진 가운데 SK텔레콤 외에 제3의 입찰 기업에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상태다. 다만 SK텔레콤에 의향을 물어본 다음에 진행할 예정이다. SK텔레콤 측은 “채권단이 동의를 구했지만 아직까지 응답을 하지는 않았고 설사 추가 입찰기업을 모집해도 들어올 기업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 외부 시각도 비슷하다. 증권가 관계자는 “채권단이 특혜시비 등을 우려해 형식적으로 내놓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실사기간도 없는데 어떤 기업이 조 단위 인수전에 뛰어들겠냐”고 말했다.
이전까지 하이닉스에 눈독을 들여왔던 기업들도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연내 타결 가능할까= 채권단과 SK텔레콤 양측은 모두 올해 안에 매각 작업이 완료되길 바라는 상황이다. 다음해로 넘어가면 모두에게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두 차례 매각 불발 경험이 있는 채권단은 이번을 넘기면 다시 기회를 잡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SK텔레콤과 STX가 경쟁했던 처음과는 다른 분위기다. 채권단 관계자는 “뾰족한 수가 있겠느냐”며 “금액만 어느 정도 맞으면 그대로 간다”고 말했다. 매각 불발이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온 것이다.
SK텔레콤도 연내 타결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인수 자금 마련, 내년 사업 준비 등 신경 쓸 일이 많아 채권단이 약속한 일정대로만 진행하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양측 의지가 확고한 만큼 입찰가만 적절하다면 매각 일정은 연내 마무리될 전망이다.
◇인수 예상 가격은= 최종 인수가격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 신주발행 규모가 달라진데다가 주가 변동 폭이 크기 때문이다. 관건은 구주에 대한 경영 프리미엄을 SK텔레콤이 얼마로 써내는지다. 산출할 수 있는 근거로 채권단이 내놓은 것은 신주 대비 구주 가격이다. 채권단은 구주 매각가를 신주보다 최소 5% 높게 책정하기로 했다. 구주에 최소 5%의 프리미엄을 보장받기로 한 것이다. 채권단은 신주 발행 기준가가 20% 이상 상승할 경우에 신주 발행 물량을 줄이거나 인수를 포기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할 방침이다.
채권단은 주가 산정 시점을 본입찰이 아닌 주식매매계약(SPA) 시점으로 정했다. 급격한 주가 상승으로 추가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에 따라 본입찰과 SPA 시점을 약 1주로 단축하기로 했다. 지난 26일 하이닉스 주가는 1만9950원이었다. 인수전이 시작된 지난 6월 2만8000원 선에 거래되던 것과 비교해 8000원 가까이 떨어진 것. 이 때문에 입찰자 입장에서는 인수전 초기보다 낮은 자금으로 인수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한창때 3만4000원 선이었던 가격이 많이 빠졌으므로 인수자로서는 유리한 조건”이라며 “다만, SK텔레콤은 지주회사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표1> 기준 시가 2만원 가정 시 경영 프리미엄·신주 가격별 하이닉스 인수 총액 예상치
<표2> 기준 시가 2만5000원 가정 시 경영 프리미엄·신주 가격별 하이닉스 인수 총액 예상치
비고) 100억원 미만은 반올림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 박창규기자 k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