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풍력발전이 알려진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지만 미국·유럽에서는 19세기부터 제품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20세기 중반 이후 풍력발전 단지가 들어서면서 지금은 세계 설비용량이 200GW 수준까지 이르게 됐다. 가장 유망한 미래 에너지원으로 손꼽히는 풍력발전은 지금까지 어떤 길을 걸어왔으며, 앞으로 어떤 미래를 맞게 될까.
◇풍차에서 발전기로=1866년 독일 지멘스가 ‘발전기’ 제작에 성공하기 전까지 인류는 자연에너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바람 역시 대표적인 자연에너지로, 사람들은 ‘풍차’를 통해 동력을 얻었다.
기원전 1750년경에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성문법 함무라비 법전에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수경재배에 풍력을 이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바람 에너지의 역사가 얼마나 깊은 지 알 수 있는 사례다.
바람이 동력원으로 본격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12~13세기다. 네덜란드·덴마크·독일 등지에서 풍차가 널리 보급됐기 때문이다. 지대가 낮은 이들 지역은 수차 활용이 힘든 대신 바람이 강해 풍차를 활용할 수 있었다. 풍차는 제분·양수 등 다양한 분야의 동력원으로 각광을 받았다.
풍차는 산업혁명 초기인 18~19세기까지 활발하게 쓰였지만,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19세기 중반 네덜란드에서 운영하던 9000여대의 풍차는 1960년경 1000여대까지 줄어들었다. 하지만 발전기의 발명과 양력(유체 속의 물체가 수직으로 받는 힘) 기술 발견, 청정에너지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풍차는 풍력발전기로 화려하게 부활한다.
미국의 발명가이자 사업가인 찰스 브러시는 1888년 세계 최초의 풍력발전기를 개발했다. 1891년에는 풍력발전의 아버지로 불리는 덴마크의 라쿨이 실험용 풍력발전기를 개발했으며, 그가 만든 제품은 제1차 세계대전 종료 시까지 덴마크에 널리 보급됐다.
이후 풍력발전기 용량은 점차 커져 1941년에는 미국에서 ㎿급 제품이 등장하기에 이른다. 19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오일쇼크와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등을 거치며 풍력발전기가 주목을 받아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관련 산업은 빠르게 발전했다.
◇전성기는 이제부터=세계 풍력 설비용량은 태양광의 약 5배 수준인 200GW다. 최근 각광받는 신재생에너지원 중에는 가장 빠른 발전을 이룬 셈이다. 하지만 풍력은 바다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또 다른 전성기를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해상풍력발전시스템·단지에 대한 연구는 유럽 등지에서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지만, 장소 제약이 없고 풍속이 높으며 민원의 문제가 적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풍력협회(EWEA)는 유럽에서만 2020년까지 70GW의 해상풍력발전기가 설치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해상풍력발전 성공의 열쇠는 대형화와 설치기술 발전이다.
바람이 육지보다 강한 만큼 바다에서는 대형 풍력발전기 운영이 쉽다. 풍력발전기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는 블레이드의 회전 면적에 비례하기 때문에 대형화는 곧 경제성 확보로 이어진다.
대용량 풍력발전기 개발은 이미 세계적 추세다. 해상풍력시장 1, 2위를 다투고 있는 덴마크 베스타스와 지멘스는 3㎿급 이상(각각 3㎿와 3.6㎿ 모델)의 해상풍력발전기 개발을 완료했고, 유럽 등지에 설치를 완료하고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베스타스는 최근 7㎿급 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 GE도 이미 4㎿급 제품을 개발했으며, 독일 리파워는 육·해상용 5㎿급 및 6.15㎿급 풍력발전기 개발을 완료했다. 미국 클리퍼는 10㎿급 제품을 개발 중이다. 또한 유럽에서는 각국 연구진이 연합해 20㎿급 초대형 풍력발전기 개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대형제품 개발과 더불어 안정적인 설치를 위한 기술 역시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해상은 지반 강도가 육지보다 약하며 설비 부식 우려가 있다. 또 먼 바다로 나갈수록 유지보수가 쉽지 않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업계는 해상에 풍력발전기를 효과적으로 설치하기 위한 다양한 공법을 연구하고 있다. 또 설비를 고정시키는 대신 부유체 위에 타워를 세워 제어하는 부유식시스템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