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 달걀 등 생김새도 제각기인 식재료들. 하루 6만건 이상의 식재료 품목을 유통하는 푸드머스는 풀무원그룹의 식자재 유통 기업이다. 풀무원, CJ제일제당, 대상 등 식품업체에서 온 다양한 재료를 학교, 군, 공공기관, 프랜차이즈 등 급식이 필요한 곳에 납품한다.
이 기업의 고민은 ‘빠르고 정확한’ 식재료 유통이었다. 주문량에 미달되거나 잘못된 식재료 배송이 이뤄지는 경우, 심지어 잘못된 배송처로 납품이 되는 일도 있었다. 특히 유치원 등은 ‘다품종 소량’ 식품의 유통 특성으로 인해 수기로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해결책을 고민하던 이 회사는 ‘QR코드’에서 답을 찾았다. 기존 1차원 바코드를 대체하면서 많은 제품 정보를 담을 수 있는데다 스마트폰으로도 정보를 읽을 수 있다. 전자태그(RFID)보다 원가가 저렴하면서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1차원 바코드 한계 극복 대안…RFID vs QR코드=2009년 말 프로세스혁신(PI) 활동을 추진하던 이 회사가 처음 검토한 것은 RFID였다. 문제는 물기가 많은 제품, 모양이 일정치 않은 제품이 많다는 것이었다. RFID를 부착하니 다시 회수해야 하고 원가는 높은 반면에 인식률이 너무 떨어졌다. 은박지와 비닐 등 포장재에 의한 인식률 저하 문제도 컸다.
QR코드는 RFID보다 인식률도 높은데다 스마트폰으로 읽을 수 있어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이어 지난해 2월까지 파일럿 프로젝트를 추진한 이후 RFID 대신 QR코드를 도입하기로 했다.
QR코드에는 차량정보부터 품목, 주문번호, 사업장, 수량, 입고일 등 다양한 정보를 담았다.
지난 6월 양지, 양산, 왜관, 청원, 익산 등 전국 6개 물류센터에서 동시에 안드로이드OS 기반 모바일 QR코드 장비 입고와 QR코드 기반 모바일 검수 시스템을 오픈했다. QR코드 스캔장비 업체로는 유니온넷이 참여했다.
우선 협력업체에서 도착한 물품 검수 작업에 QR코드를 적용했다. 직원들이 개인용 갤럭시S 또는 블루투스 스캐너로 분류차에 싣기 전 검수를 실시했다. 시간 단축 효과는 놀라웠다. 통상 1시간 이상 소모되던 검수 작업 시간이 평균 40분으로 줄었다.
스캔 장비로 읽은 정보는 전사자원관리(ERP), 공급망관리(SCM), 구매포털 등 주요 시스템으로 전송되도록 했다. 물류 관리를 하는 직원의 스마트폰 모바일 앱으로 전송돼 실시간으로 정보를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지난 8월부터 푸드머스는 협력업체가 처음 물건을 싣는 순간에도 QR코드를 인식하도록 하고 있다. 박현종 풀무원홀딩스 IT지원팀 과장은 “실시간 정보가 중앙 시스템으로 전송되고 이를 공유하면서 물품이 도중에 분실되거나 오배송이 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물류센터에서 고객에게 제품이 배송될 차에 싣기 전에도 QR코드를 인식토록 했다.
◇영양사도 스마트폰으로 척척…안전한 급식 보장=이렇듯 물류 과정에서 스캔된 모든 정보들이 중앙에서 관리되면서 언제·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사실 QR코드 인식률이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초창기 테스트 당시 QR코드 위에 유리 재질의 물질이 덮이면 반사가 되는 등 인식률이 40%를 밑돌았다. 하지만 협력업체 교육과 무수한 테스트 등 2개월간의 계도 기간을 거쳐 인식률이 떨어지는 요인을 제거하고 98%까지 인식률을 높였다.
푸드머스는 이 QR코드에 제품 영양성분 정보도 담을 예정이다. 영양사들이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제품의 도축 및 유통 이력뿐 아니라 영양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모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모바일 앱을 개발하고 있으며 내년 2월 오픈한다.
박 과장은 “축산 이력 등이 공개되고 특히 영·유아용 식재료는 신뢰를 갖춘 재료를 납품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올 연말엔 납품된 식재료를 푸드머스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검수하고 식재료 발주까지 할 수 있는 기능도 개발 완료할 계획이다. 애써 PC 앞으로 가지 않아도 실시간으로 발주가 가능해진 것이다.
협력업체에 QR코드 부착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유통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면서 식재료를 납품받는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유통 및 물류 업무 속도도 높이겠다는 취지다.
전 협력사가 납품 품목별로 QR코드가 출력된 배송분류표를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구매포털에서 QR코드를 출력할 수 있도록 했으며 불가피할 경우 지정 업체를 통해 출력을 허용하고 있다
박 과장은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시스템으로 전송돼 문제가 있는 경우에 미리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완성됐고 전체적인 서비스 품질 향상이 뒤따랐다”고 평가했다. 투자 대비 효과가 높고, 다른 프로세스로의 확장성이 용이해 단계별 활용이 가능하단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식재료 유통업계 최초로 SCM 전반에 QR코드를 도입한 푸드머스는 현재 동종 및 타 업종의 벤치마킹이 줄을 잇고 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