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포카라 지역에 사는 크시티 목탄(13)은 그래픽 디자이너가 꿈이다.
부모님과 누나 네 식구가 공동 화장실을 써야 하는 단칸방에 산다. 가족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한 달에 약 20만원이다. 어릴적부터 관광객이 놓고 간 영어책을 읽어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그는 아버지가 구해 온 중고 컴퓨터에서 세상을 본다. 하지만 이게 망가지면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재능과 능력이 있지만 그의 꿈을 이루는 데 컴퓨터는 필수적이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이런 아이를 위한 컴퓨터 보급 프로젝트를 창안했다. ‘OLPC(One Laptop Per Child)’ 운동이다.
네그로폰테 교수에게 OLPC에 대해 질문하자 그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곧바로 가방에서 아이패드를 꺼내 사진 수십 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화면에서는 여러 피부색을 가진 아이들이 흰색 바탕에 초록색 띠를 두른 예쁘장한 노트북PC를 들고 웃고 있었다. 교실 안에서 부르카를 쓴 여학생들이 같은 PC를 책상 앞에 놓고 공부하는 장면도 여러 장 있었다. 이미 머리가 하얗게 샌 그가 열정을 쏟고 있는 일은 제3세계 어린이에게 교육용 노트북PC를 보급하는 것이다.
OLPC 운동은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가 주축이 돼 설립한 비영리단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이 주요 멤버로 활동한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05년 1월 스위스 다보스경제포럼에서 처음 발표됐다. 목표는 100(한화 약 11만원)달러짜리 노트북을 만들어서 세계 어린이가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당시 1000달러 이하 노트북도 찾기 힘들던 시절이라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듬해인 지난 2006년, 네그로폰테 교수는 초저가 노트북PC(모델명 XO) 개발을 발표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새로 개발해 저가 노트북에 최적화했다.
그해 말부터 양산을 시작해서 어린이들에게 보급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케냐, 니카라과, 마다가스카르, 가자지구, 네팔, 아프가니스탄, 페루 등 저개발지역에 사는 아이들과 선생님 200만명 이상이 XO 노트북을 선물받았다.
이 운동은 순수하게 자원 봉사와 기업, 개인의 기부로 이뤄진다. 네그로폰테가 다보스경제포럼이나 세계적인 회의에서 OLPC 운동을 발표하는 이유도 기부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후원 기업에도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지난 2008년에는 이사회 일원이었던 인텔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인텔이 내놓은 저가형 노트북 ‘클래스메이트PC’와 경쟁하게 되면서 갈등이 생겼다. 인텔이 XO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마케팅을 벌이자 OLPC에서는 제동을 걸었고 인텔은 이사회 탈퇴를 선언했다.
이러한 난관에도 OPLC 사업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얼마 전 우루과이를 방문해 5~15세 아이들에게 100% OLPC를 지급했다”며 “이들은 신발도 사기 힘들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마지막에 네그로폰테 교수는 스마트패드 모형을 하나 내밀었다. 올해 말 출시할 OPLC 스마트패드다. 가격도 획기적이다. 75달러(약 8만3500원)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업체 콴타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