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신전 `구글`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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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플렉스 전경

 ‘구글(Google).’ 더 이상 수식어가 필요 없는 기업이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라는 찬사가 쏟아진다. 최근에는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125억달러(13조5000억원)에 인수해 주목을 받았다. 1998년 창업해 세계 IT시장을 재패한 이후 여전히 ‘인터넷 맹주’로 군림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신데렐라’로 부상했지만 아직도 구글의 위상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구글 공동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페이지는 설립 초기에 “구글은 평범한 회사가 아니며 평범한 회사가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늘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다는 데 결국 이 말이 그대로 실현되었다.

 글로벌 혁신기업 대명사로 불리는 구글의 진짜 경쟁력은 무엇일까. 해답은 바로 구글 직원 ‘구글러(Googler·구글의 독특한 기업 문화와 관련해 구글 내부에서 붙인 이름)’가 모여 일하는 일터 ‘구글플렉스(Googleplex)’에서 찾을 수 있다. 구글플렉스는 ‘엔지니어의 천국’ ‘꿈의 일터’로 불리는 구글 본사를 말한다. 구글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나오는 소위 ‘테크놀로지 신전’이다. 이를 배우기 위해 수십명의 참관단이 매월 찾을 정도로 실리콘밸리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지난 8일 방문한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뷰에 있는 구글 본사.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첫 느낌은 잘 꾸며진 캠퍼스 같았다. 건물에 들어서자 곳곳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엉뚱한 시설에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왔다. 제일 먼저 찾은 43동 건물 안에는 구글어스 디스플레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모형, 도서 출력기, 유인 우주선 등이 마치 작은 박물관을 연상케 했다. 거기에 인공 암벽, 스케이보드 경사로와 도약대, 볼링장 심지어 게임룸까지 흡사 놀이터와 같은 모습이었다.

 구글플렉스로 불리는 이곳은 직장인에게 천국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의 모든 시설이 개인의 업무 생활 패턴에 맞춰 설계되었기 때문. 일부에서는 이곳을 ‘개발자의 천국’으로 부른다. 끊임없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연구 환경 덕분이다.

 구글은 쓰레기장으로 사용되던 이 지역을 임대해 새롭게 단장했다. 총 20여개 건물이 빼곡히 들어차 있으며 일하는 직원 수는 7000명에 달한다. 건물은 이름 대신에 번호를 붙여 사용한다. 구글플렉스 중심부는 40~43번호가 붙은 4개동의 은색 건물. 제일 먼저 방문했던 43동 건물은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사무실이 있는 구글의 심장과 같은 곳이다. 건물은 모두 통로로 연결돼 쉽게 오갈 수 있다.

 40동 건물 앞마당은 구글의 자랑인 카페테리아가 자리를 잡았다. 구글은 캠퍼스 전체에 11개 카페테리아를 운영 중이다. 모든 음식은 구글 직원과 가족, 손님 모두에게 공짜다. 호텔급 일류 요리사가 직접 한식을 포함해 각 나라 음식을 준비한다. 30m 간격으로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음료수와 초콜릿, 아이스크림, 과자류 등 스넥룸도 마련돼 있다. 구글 음식 문화는 열심히 일하게 하려는 ‘당근용’ 혜택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는 것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라는 설명도 이채롭다.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최고의 카페테리아를 만들면서 “직원이 가장 소중하다. 회사와 세상을 더욱 좋게 만드는 사람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카페테리아는 직원을 위한 일부 서비스에 불과하다. 피곤하면 피로를 풀 수 있는 무료 마사지 시설, 파도가 치는 소형 수영장이 건물 곳곳에 설치돼 있다. 헤어숍에서는 무료로 머리를 손질하고 빨래방과 세탁소까지 갖춰져 있다. 연구개발과 업무 이외에는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배려가 곳곳에서 묻어났다.

 구글플렉스 앞의 널찍한 마당은 직원들끼리 단합 장소로 주로 활용한다. 하키와 같은 게임이 벌어진다. 롤러 블레이드나 자전거도 인기 아이템이다. 구글 플렉스 마당에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롤러 블레이드로 운동하는 것은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장면이라는 구글 측 설명이다.

 건강을 위한 시설도 구글플렉스의 자랑거리다. 주요 건물에 피트니스 센터가 빠짐없이 있으며 배구장· 농구대· 당구대가 건물 사이사이에 마련돼 누구나 즐길 수 있다. 피트니스 센터에는 트레이너 지도를 무료로 받고 마사지와 스파를 이용할 수 있다.

 출퇴근을 위한 교통 지원 체계도 손색이 없다. 편하게 집과 직장을 오갈 수 있도록 32대 셔틀을 운영한다. 37인승 버스가 하루 132편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 일대 6개 카운티에서 운행된다. 10여개 이상 도시에서 40여개 승하차 지점을 경유하며 일일 운행 거리는 4400만마일에 달한다. 안락한 가죽 의자에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버스는 환경친화적인 바이오 디젤이다. 구글 측은 “자가용에 익숙한 미국 문화지만 본사 직원의 30%가량이 버스를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자가 운전자는 무료 세차 서비스와 엔진 오일 교환 서비스를 제공한다. 친환경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구입할 때는 회사에서 별도 지원금까지 나온다. 구글 문화 최고책임자(Chief Culture Officer)인 스테이시 설리반은 “구글 캠퍼스의 모든 시설은 사용자에게 초점을 맞춰져 있다”며 “구글러가 기존에 있던 방식에서 벗어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장려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구글이 이렇게 즐거운 놀이터처럼 회사를 가꾸는 데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서다. 인터넷 시장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유행이 빠르게 바뀌는 곳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만큼 더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면서 항상 신선함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치지 않으면서 마음껏 쉬고 일할 수 환경은 구글러를 자극하기 위한 기본 중에 기본인 셈이다. 최대한 편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 바로 혁신 기업 구글이 지향하는 직장이다.

 마운틴뷰(미국)=

 

 

 구글의 성공 비결 ‘큰 내기(Big bet) 전략’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2004년 구글 상장에 앞서 설립자 편지를 공개했다. 일종의 창립 선언문 격인 편지에서는 “우리의 목표는 가능한 많은 사람의 삶을 향상시키는 서비스 개발에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믿는 일을 할 것입니다. 이는 단기적인 수익이 확실하지 않아도 마찬가지입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 구글이 선택하는 사업은 지금 당장 수익보다는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는 쪽에 집중하겠다는 다짐이다. 구글은 실제로 단기적인 수익을 희생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주주에게 최고의 이익을 주는 사업을 선택해 왔다. 작고 안전한 길보다는 큰 내기를 거는 쪽에 사운을 건 것이다.

 ‘큰 내기(Big Bets)’는 고위험 고수익 프로젝트를 말한다. 과거 프로젝트 중에는 크게 성공한 것도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기업 경험을 보면 위험도 높은 프로젝트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이 전략이 장기적인 성공에 열쇠가 된다는 점을 실천했다. 큰 내기 전략 덕분에 구글은 작은 벤처에서 1800억 달러 시장 가치를 가진 인터넷 거인으로 성장한 것이다.

 구글의 첫 사업이자 주요 사업인 검색도 하나의 위험한 도박이었다. 당시에 인터넷 포털과 전혀 색다른 검색 방식을 제안했고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추진한 결과 성과가 나타났다. 인터넷은 지속 성장하고 웹사이트·동영상·이미지·서적· 뉴스 등 더 많은 콘텐츠가 디지털로 바뀌어 웹에 올라오고 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편리하고 정확한 검색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웹에 접속해서 가장 먼저 취하는 행동이 검색인 만큼, 검색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구글은 2003년 이후 4500억건의 검색어를 기록했으며 하루에 입력되는 검색어 중 15%는 기존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검색어다.

 웹 규모 또한 놀라운 속도로 확대해 2년 전보다 지금은 8배 많은 문서를 크롤링하고 있다. 검색은 여전히 웹의 중심인 것이다. 검색은 우리 세대는 물론이고 아마도 다음 세대까지 가장 어려운 컴퓨터 공학의 문제 중 하나로 남아 있을 것이다. 모두 멀리 보면서 크게 베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검색 외에 구글은 동영상(유튜브), 디스플레이 광고, 모바일(안드로이드), 브라우저(크롬), 구글TV 등 새로운 사업에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 크게 투자했다. 그 결과 시간의 차이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유튜브는 하루 조회수 20억건 이상을 기록하고 여전히 성장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매주 20억건이 넘는 조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디스플레이광고도 연 매출 25억 달러 이상의 실적을 올리며 상위 1000대 광고주 중 99%가 구글 디스플레이 네트워크를 통해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구글이 선보인 웹브라우저 크롬도 데스크톱 브라우저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예고했다. 크롬 브라우저는 출시 3년 만에 브라우저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훌쩍 넘겼다. 사용자도 1억6000만명에 달한다. 매 6주마다 크롬의 새로운 버전이 출시되고 혁신의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처음 선보인 크롬 웹스토어는 출시 한 달이 채 안 돼 2000개가 넘는 애플리케이션이 등록되며 돌풍을 일으켰다. 오픈TV플랫폼 ‘구글 TV’와 클라우드컴퓨팅도 안드로이드와 크롬에 이은 또 다른 ‘큰 내기’ 프로젝트의 하나다.

 구글 ‘큰 내기’ 성공 아이템 중에서 가장 최근의 결과물은 세계 최초 개방형 모바일 플랫폼 안드로이드다. 많은 사람이 이를 목격하고 있다. 안드로이드는 지난 2분기 말 48%로 가장 높은 점유율의 모바일 OS로 등극했다. 불과 6개월 전 점유율은 33%였다. 6개월 만에 점유율을 10%P이상 올려놓은 것이다.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총 410개가 넘는 기기가 출시되고 하루 평균 약 55만개가 넘는 안드로이드 탑재 폰이 개통되었다.

 안드로이드 마켓에 등록한 애플리케이션도 지난해 2월 6만개에서 1년 반 만에 25만개를 넘었다. 개발자들은 135개국에서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을 판매할 수 있다. 덩달아 이를 탑재한 스마트폰의 시장 점유율도 가빠르게 상승 중이다. IDC에 따르면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2010년 3분기 서유럽시장에서 점유율 23%를 차지했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Canalys)는 2010년 4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3290만대가 팔려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올해 유럽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유력하다고 낙관했다.

 구글의 ‘큰 내기’식 투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여전히 진행형이다. 다음 투자 종목은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구글은 지난 기간 동안 꾸준히 클라우드 컴퓨팅에 투자해 왔다. 구글의 베팅 전략이 과연 계속 이어질 지 확신하기 힘들지만 지금까지는 거의 성공률이 100%에 가까웠다. 그래서 지금의 구글이 세계 최고의 혁신 기업이라는 명성을 얻고 있는 것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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