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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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텔, 지암이 동시에 붕괴됐다.

 PC 시장에서의 인텔과 MS(윈도), 모바일 시장에서 구글(G)과 ARM의 폐쇄적 조합이 깨진 것이다. 미국 시각으로 13일 MS가 애너하임에서 ARM 기반의 윈도8을 발표했다. 비슷한 시각 샌프란시스코에서 인텔은 구글과의 협력을 공표했다.

 한때 적으로 여겨졌던 기업간 제휴가 이루어진 셈이다. 막상 손을 잡고 보니 그들의 비전은 더욱 빛났다. 그렇다고 기존의 협력이 완전히 훼손된 것은 아니다. 다만 폐쇄적인 연합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뿐이다. 인텔은 MS와 협력해 PC 시장을 창출하고, 구글과 협력해 모바일 시장을 공략한다. MS는 인텔외에 ARM진영을 끌어들였다. ARM은 더 이상 모바일 프로세서 강자로 머무르지 않는다. 윈도 8부터는 PC용 CPU로도 사용되기 때문이다.

 인텔개발자포럼에서는 구글과의 협력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발표될 예정이다. 참가자들은 누가 누구와 손을 잡는지 촉수를 세운다. 그뿐인가.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은 고객이 되고 파트너도 된다. 때론 경쟁자도 된다. 얽히고 섥혔다. 예전 같으면 경천동지할 만한 사건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발표된다. 어찌보면 혼돈의 세계다. 무한경쟁의 시대다. 분명한 것은 생태계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모바일 생태계가 변했듯, IT 생태계 전체가 변하고 있다. 방향은 개방 즉 오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폐쇄적인 체제를 유지하는 기업은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진정한 동반성장 시대가 오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중소기업에 이익을 나눠주는 것과는 다른 말 그대로 동반성장시대다. 수직적인 구조로는 미래가 없다. 사실 한국의 산업 구조는 아직까지 폐쇄형, 수직형이다. 여전히 중소기업의 성공은 대기업에 달렸고, 1인 창업은 힘든 시대다. 하지만, 수출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이 글로벌 흐름에 발맞추지 못해서는 미래가 없다.

 윈텔과 지암 동맹이 변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 순간에도 어디에서인가는 또 다른 변화가 태동되고 있다.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는, 영원한 갑과 을도 없는 시대다.


 


 샌프란시스코(미국)=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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