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수수료' 실태 어떻기에

"매출 절반 이상 헌납…`갑을관계`에 발만 동동"

"인테리어 비용부담 전가에 상품권 강매까지"

"판매수수료를 내고 인테리어비 등 이것저것 내고 나면 매출액의 절반 이상은 백화점 쪽에 고스란히 헌납하는 꼴입니다."

6일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과 대형유통업체 최고경영자들이 중소업체에 대한 판매수수료를 낮추고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현재 대형 유통업체와 입점기업 간 계약 실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백화점·대형마트 입점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81%가 `백화점 판매수수료율이 너무 높다`는 응답을, 46.9%가 `최근 3년간 불공정행위를 경험했다`는 답변을 내놓을 정도로 중소업체 사이에서는 "대형유통업체의 횡포가 지나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대형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A업체 관계자는 "현재 수수료율 37%로 입점 계약을 했다"며 "더는 올릴 수 없을 정도의 높은 수수료율"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생산비가 원가의 33%인데, 수수료율이 이보다 더 높다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하지만 계약상에서 불리한 `을`의 입장이다 보니 `갑`인 백화점의 요구에 감히 반항하지 못하고 속만 태우는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놓았다.

다른 중소업체 관계자 역시 "지난 십여 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백화점 측에서 수수료를 반강제적으로 인상해 왔다. 1년 내내 다음해의 수수료를 걱정해야 할 정도"라며 "인상에 응하지 않으면 계약해 주지 않겠다는 식으로 나오니 답답할 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외국 유명브랜드의 경우에는 아마 수수료가 굉장히 낮게 책정되는 것으로 안다"며 "결국 만만한 중소업체만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회 조사에서는 입점 기업들의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매출액의 29.3%로, 중소기업들이 적정수준으로 생각하는 23.5%보다 훨씬 높았다.

높은 수수료율에 이어 중소업체들은 인테리어 비용 부담을 전가하거나 백화점 상품권을 강매하는 등 대형업체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각종 불공정 행위를 꼬집기도 했다.

서울 시내 유명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B 업체 대표는 "매출이 저조할 때는 백화점에서 매장위치 변경을 요청한다"며 "매장위치를 바꿀 때 인테리어 비용 명목으로 2천만원에서 많게는 5천만원까지 부담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다른 대형유통업체 입점기업 C업체 대표는 "해마다 특정 시기가 되면 업체 측에서 상품권을 사달라고 부탁해 온다"며 "직원 실적을 올려주기 위해 반강제적으로 사들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판촉·세일 행사에 참여하라는 강요도 수시로 받고있다"며 "우리보고는 할인해서 팔라고 하고, 판매수수료는 낮춰주지 않으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측은 "백화점의 높은 수수료율이나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각종 불공정행위는 해마다 증가해 왔다"며 "중소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하루하루 버티는 수밖에 없었으며, 그나마 이제는 한계에 달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중앙회는 "다행히 정부의 `동반성장·공생발전` 의지 속에 수수료율 인하 합의가 이뤄지면서 중소기업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며 "이번 기회에 불공정행위를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있도록 대형업체들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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