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와 충남도가 내년도 충청광역경제권 선도전략산업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정부의 합의조정 권고에도 두 지자체는 양보할 수 없다며 맞서 내년 사업추진에 차질이 예상된다.
충청광역경제권발전위원회(이하 충청광역위)는 지난달 말, 내년에 시행할 충청권 선도전략산업 8개 중핵업종을 확정하고 지식경제부에 관련 안을 제출했다.
8개 중핵업종은 △메디바이오(3개 시·도) △나노융합소재(대전) △태양광(충북) △2차전지(충남) △융합통신(대전) △디스플레이(충남) △반도체(충북) △메카트로닉스(대전)·지능형 차량부품(충남)이다.
8개 중핵업종 중 문제가 되는 산업군은 메카트로닉스·지능형 차량부품이다.
이들 업종은 다른 7개 중핵업종과 달리 충청권 3개 지자체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정부에 제출됐다. 대전시와 충남도가 각각 메카트로닉스와 지능형 차량 부품을 충청권의 경쟁력있는 산업군이라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역 선도전략산업 기획을 총괄하는 충청광역위가 수 차례 중재에 나섰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집안 싸움으로 번진 충청권 중핵업종은 중앙에서도 논란이 됐다.
지경부는 충청권이 제출한 메카트로닉스·지능형 차량부품에 대해 산업 특성상 확연히 구분되는 산업군 두 개를 하나로 묶은 것이 잘못 됐다며 한 업종만 택하라는 내용의 권고 지침을 내려보냈다. 하지만 정부 지침 한 달이 넘도록 두 지자체 입장은 변한 것이 없다. 오히려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대전테크노파크 관계자는 “메카트로닉스가 충청권 3개 시·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산업군으로 본다”며 “지능형 차량부품은 충남지역에 편중된 산업군인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8개 중핵업종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충남의 강점 산업군인 2차전지가 들어갈 수 있도록 양보까지 했는데 지금 와서 충남이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충남테크노파크 관계자는 “지능형 차량부품은 충청권에만 모두 1000여개나 되는 기업체가 있을 정도로 산업 경쟁력이 뛰어난 업종”이라면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메카트로닉스를 고집하는 대전시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전이 충남에 2차전지를 양보했다고 하는데 사실 2차전지는 산업 기반과 집적도로 볼 때 충북이 더 강한 만큼 대전이 우리한테 양보했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며 “중앙에서 직권으로 결정하지 않는 한 지능형 자동차부품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고 주장했다.
충청권선도산업지원단도 이번 중핵업종 선정에 불만이 많다.
현재 진행 중인 선도산업 예산은 바이오업종 사업군(신약·허브연계)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이번에 제출한 안이 그대로 확정되면 내년부터 예산이 8분의 1로 줄기 때문이다.
충청권선도산업지원단 관계자는 “충청권 대표주자가 바이오인데 내년 선도전략산업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만약 이대로 확정된다면 그간 추진해온 바이오 관련 사업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시너지 효과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지경부는 내년 5월부터 1단계 광역경제권선도사업과 3단계 지역전략산업을 하나로 통합한 선도전략산업 육성사업을 추진한다.
<충청권 선도전략산업 둘러싼 대전시와 충남도 입장>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