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와·키보드·하드디스크….
PC가 제공하는 UX는 사람들에게 매우 깊숙하게 각인돼 있다. 그렇지만 영원하지는 않다. 스마트빅뱅은 바야흐로 ‘포스트 PC’ 시대를 열고 있다.
애플은 지난 2분기 순익 125% 증가라는 성적표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판매량 확대도 눈길을 끌었지만, 업계가 주목했던 건 어닝 서프라이즈임에도 불구하고 20년이 넘게 애플의 먹을거리 역할을 했던 ‘맥’의 판매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
팀 쿡 애플 CEO(당시 최고운영책임자)는 “일부 고객들이 맥 대신 아이패드를 구매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2분기에만 930만대가 필려나간 아이패드는 맥뿐만 아니라 윈도PC 시장마저 잠식했다.
구글이 삼성전자와 함께 제작한 크롬북(시리즈5)은 일반 노트북PC와 유사한 외관을 지녔지만, 하드디스크가 없다. 대신 클라우드로 모든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를 저장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패권을 쥐었던 PC 시대에 정면으로 대항하기 위한 구글 승부수다. 아직은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엇갈리지만, 많은 사용자들은 ‘신 클라이언트(thin client)’라는 UX 자체에는 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기업의 IT 거버넌스를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운용하는 데 크롬북이 제시하는 새로운 방식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iOS와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스마트기기가 승승장구하고 있을 때, 세계 PC시장은 침체기에 빠져 갔다. IDC와 가트너 등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2분기 세계 PC 출하량은 2% 남짓 증가하는 데 그쳐 당초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
포레스터리서치 사라 노트만 앱스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변화는 컴퓨팅 행위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 것”이라면서 “이젠 컴퓨터 장치보다는 사람들의 ‘컴퓨팅 행위’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기업들의 변신이 쉬운 건 아니다. 전통적인 PC업체 HP는 이러한 변화를 일찌감치 감지하고 모바일 단말기 업체 팜을 인수했지만 실패를 맛봤다. 델도 스마트기기를 계속해서 만들고 있지만 인지도가 낮다. MS는 자사의 모바일용 윈도OS를 어떻게든 띄워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쉽지 않은 모양새다. 한편 인텔·AMD 등 PC용 프로세서 강자들도 스마트기기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