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정전용량 멀티 터치 칩 시장 진출

터치 스크린 시장 주도권 확보 전략

 삼성전자가 정전용량 방식 멀티 터치 칩 시장에 직접 진출한다. 터치스크린이 스마트폰·스마트패드 등 휴대형 기기는 물론이고, TV·노트북·모니터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자 고부가가치 핵심 부품인 칩을 자체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로선 그동안 애플에 비해 유일하게 뒤처졌던 하드웨어(HW)인 터치스크린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 제품력에서 압도하겠다는 의지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최근 정전용량 방식의 멀티 터치 원칩 시제품을 개발하고 테스트에 들어갔다. 모바일용은 4인치 기준 38개 채널 수와 2파이급 해상도, 다섯 손가락 멀티터치를 지원한다. 태블릿용 7인치 제품은 48채널까지 구현한다. 채널 수가 많을수록 정밀한 터치 인식이 가능하다. 이 사양이라면 멀티터치와 터치 정밀도에서 현존하는 제품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지난 2006년 말에도 세계 처음 싱글 터치스크린용 디스플레이 구동 칩을 개발한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첨단 터치스크린 칩을 개발 중인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양산 단계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멀티 터치 원칩 제품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되면 내년 하반기께 양산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행보는 향후 터치스크린 시장이 더욱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고 핵심 부품인 칩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터치 패널은 완제품 경쟁력인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직결된다. 애플이 브로드컴을 통해 터치 칩을 공급받고 있지만 알고리즘을 직접 설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전자의 터치스크린 내재화 전략은 관계사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를 통해 이미 가시화됐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선보인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일체형 터치스크린 ‘OCTA’가 단적인 예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일체형 터치는 삼성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려는 행보”라며 “저부가가치 일반형 터치를 제외하면 애플처럼 삼성이 직접 주도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 업체인 멜파스와 해외 업체인 아트멜·사이프레스·시냅틱스 4개사가 장악해왔던 터치 칩 시장도 향후 적지 않은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당장 삼성전자의 터치폰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멜파스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멜파스 관계자는 “터치 칩은 수많은 기술적 오류를 극복하며 노하우를 축적해야 하는 분야”라며 “삼성이 이미 오래전부터 터치스크린 사업을 수직 계열화하려 노력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단기간 내 시장 판도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m,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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