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구글이 도화선이 됐다. 정부의 IT컨트롤타워와 IT홀대론 이야기다. 불과 2년 전 아이폰 쇼크 때와 양상도 꼭 닮았다.
정부는 좀 억울할 듯 싶다.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굴지 IT기업들 문제인데. 정부 IT컨트롤타워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리고 정부가 언제 IT를 홀대했냐고. IT를 성장동력으로까지 선포한 마당인데.
맞다. 분명 정부는 IT홀대론이 거세지자 출범 초기 태도를 바꿔 IT산업 육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등 소위 IT유관부처들은 곧바로 호응했다. 기업들도 이 부처 저 부처 초청(?)받아 같은 말을 반복하며 중요성을 어필했다. 주무부처 자리를 놓고 한치 양보 없는 싸움을 벌이던 이들의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프로그램 ‘불편한 진실’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 같은 진실이 모두 거짓으로 밝혀진다면 여러분은 어떠시겠습니까’라는 유행어다.
부처 내 IT 위상에서부터 풀어보자. 과연 IT는 유관부처들에게 어떤 존재일까. 부처 내 업무구조를 보면 보다 자명해진다.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부처명만 놓고 봐도 이들에게 IT업무는 최우선일 수 없다. 가욋일일 뿐이다.
방통위는 산술적으로는 IT업무 비중이 절반은 되지만, 지난 3년 경험했듯이 정치 사안에 가까운 방송 이슈가 터지면 수장의 머릿속에서 IT는 일시적으로 지워져 버린다.
에너지·무역·산업 전반을 다루는 지식경제부에 있어 IT는 전체 업무 30분의 1 비중에 불과하다. IT를 안건으로 수장이 나서는 경우는 IT컨트롤타워 논란이 제기됐을 때 정도가 아닐까 싶다.
국가 대소사와 부처 전반을 관장하는 행정안전부는 정보화·보안 등을 앞세워 IT에 발을 걸쳐 놨다. 출범 초기 강하게 밀어붙여 국가정보화를 총괄할 위원회 조직을 만들어 놓기는 했지만, 거기까지다.
그렇다면 IT유관부처들은 IT산업 육성은 뒷전이고, 자신들의 역할 논리 만들기에만 급급했던 것 아닐까.
‘불편한 진실’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IT 예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다가도, 타 예산과의 선택의 기로에서는 입을 다물어 버리는 상황은 어찌할까. 그러면서 IT부처를 운운한다면 믿음이 가겠는가.
어쩌면 이 같은 ‘불편한 진실’은 ‘IT따위’를 바라보는 현 정권의 국정철학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인지 모른다. 현 정부 부처에서 IT보직은 한직이다. 발령이 나면 시쳇말로 ‘물먹었다’는 분위기다. 하긴 인터넷진흥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 IT산업계에는 의미 있는 자리의 수장을 뽑으면서 IT인 여론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정부 아니던가. IT컨트롤타워를 해체하면서 이 같은 불편한 진실은 예고된 게 아닐까. IT에 관해 지난 3년 너무 ‘불편’했다.
심규호 국제부장 khs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