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발전자회사들이 경영평가를 앞두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23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발전회사들이 기존과는 다른 평가 준비를 위해 과거 평가위원 출신 교수를 섭외하는가 하면 관련 조직 인력을 확충하는 등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감사 부문 업무협약이다. 지난달 13일 남동발전과 중부발전이 상호 감사업무협약을 체결하자 지난 4일에는 동서발전이 지역난방공사·가스공사와 교차 감사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에너지 관련 기관과 감사 업무 협약을 통해 경영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17일에는 서부발전이 에너지관리공단과 감사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보고서 작성을 위한 정보 수집에도 적극적이다. 최근 서부발전과 남동발전은 과거 경영평가위원으로 활동했던 교수들을 경쟁적으로 초빙하면서 보고서 작성요령 워크숍을 열었다.
지난해 우수 경영평가기관 보고서 수집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보고서는 150페이지 정도 분량이었는데 올해는 55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며 “해당 보고서 작성을 위한 노하우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남부발전은 아예 경영평가를 위해 컨설팅 주관사 모집을 검토하고 있다.
발전회사들이 가장 공들이는 분야는 기관장 평가와 올해부터 적용되는 국민체감도 평가다. 기관장 평가는 노무관리 점수가 20점으로 발전회사들이 경쟁적으로 기업별 노조를 구성하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국민체감도는 사실상 순위가 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발전5개사의 경영평가 순위가 소수점 자리로 판가름난만큼 차별화할 수 있는 유일한 항목이기 때문이다. 최근 발전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소기업 상생협약·마이스터고 및 전통시장 자매결연도 국민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발전회사들의 경영평가 분류 및 세부항목은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상황. 하지만 시장형 공기업 전환 후 첫 평가라는 부담감에 발전회사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평가군이 한국관광공사·마사회 등 서비스 관련 대형 우량 공기업들이 몰려있는 공기업 2군으로 속할 수 있다는 소식에 초입 상위권은 등극이 어려운 만큼 발전업계에서만은 뒤처지지 말자는 인식도 작용하고 있다.
곽병술 중부발전 기획처장은 “시장형공기업 첫 경영평가로 모든 발전회사들이 호수에 오리처럼 발을 구르고 있다”며 “경영평가 지표가 구체화되는 하반기에는 눈치싸움이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