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매 대신 물타기… 총 21억달러 주식 샀지만 현재 가치는 5억달러 뿐
정부 외환보유액을 위탁 운용하는 한국투자공사(KIC)가 올해 상반기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에 1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릴린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KIC가 20억 달러를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본 곳으로 그해 뱅크오브아메리카에 합병됐다.
2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KIC는 BoA메릴린치의 주가가 향후 크게 오를 것으로 판단하고 올 상반기에 1억 달러어치에 해당하는 734만 주를 추가로 샀다. KIC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KIC는 매입단가를 낮춰 장기적으로 메릴린치에서 투자이익을 거두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며 "상반기에 1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하반기에도 메릴린치로부터 배당금을 받으면 추가로 이 회사 주식을 사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성적만 놓고 보면 낙제에 가깝다. 연초 15.25달러까지 올랐던 BoA메릴린치 주가는 19일 기준 6.97달러까지 빠졌다. 현재까지 메릴린치에 모두 21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현재 평가가치는 5억 달러에 불과하다. KIC는 메릴린치에 전체 자산 362억 달러 가운데 5.2%를 투자해 단일 종목으로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메릴린치만 놓고 보면 KIC의 수익률은 ―76%다.
KIC는 메릴린치 투자로 대규모 손실을 봤던 2008년 감사원이 전 경영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라고 했지만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일축한 바 있다. KIC 측 관계자는 "손실을 본 건 맞지만 KIC의 투자는 시간을 두고 평가받아야 한다. 장기 투자해야 하는 국부펀드가 이렇게 개별 사안에 대해 월 단위로 감시당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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