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가치가 달러당 75엔대로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고 오르면서 세계경제의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올랐다. 급기야 일본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을 준비하고 나섰다.
1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장중 한때 달러당 75.95엔까지 치솟으며 지난 동일본대지진 직후인 3월 17일 기록했던 76.25엔을 뚫고 사상 최고점을 찍었다.
미국, 유럽 등 글로벌 경기 더블딥 우려와 맞물려 터진 이번 기록적인 엔고사태로 올 하반기 이후 일본 주요 기업들의 실적 회복 기대는 물거품이 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전문가들은 미·유럽 재정위기가 깊어질수록 달러와 유로화에 대한 이탈 속도가 빨라지고, 상대적 안전자산인 엔화 매수세는 강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 내 국제통화연구소조차 엔화 가치가 달러당 70엔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을 정도다.
국내 금융시장에선 우려와 기대가 교차했다.
중·단기 엔화 급등은 일본에 수출세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스마트폰·LCD TV 등 IT 수출 품목에는 긍정적이지만, 역으로 핵심부품 수입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달러에 편중돼 있는 우리나라 외환결제 구조도 이번 상황이 달갑지만은 않다는 지적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일본 정부가 다시 엔고 저지를 위해 나선다고는 하지만,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며 “미국·유럽의 위기가 엔화 가치 고공행진에 맞닥뜨려 더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더 큰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