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가 모바일기기 사업을 중단하기로 함에 따라 독자 OS ‘웹OS’의 향배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레오 아포테커 HP CEO는 지난 주 스마트폰·스마트패드 단종 계획을 발표하며 “향후 웹OS의 소프트웨어 가치를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의 스티브 드윗 웹OS사업부 부사장도 “웹OS 개발을 멈추지 않고, 하드웨어 파트너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능한 시나리오는 ‘웹OS’를 매각(M&A)하든가, MS처럼 개방형 라이선스 사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M&A 파트너로는 삼성전자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상태다. HP가 분사를 결정한 PC사업부와 함께 일괄적으로 인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같은 빅딜이 성사되면 삼성전자는 PC시장 1위에 오르며 반도체 등 부품사업과 연계한 시너지도 극대화할 수 있다. 웹OS를 품으면 특허 1600여개도 확보해 독자 OS 전략은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업계에선 웹OS 기반 ‘터치패드’가 나온 지 50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인 점을 고려하면 “라이선스 또는 매입을 원하는 제조사와의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블룸버그도 지난 6월 30일 “HP가 웹OS 라이선스 방침을 밝혔으며 삼성전자가 이를 갤럭시탭에 탑재하는 방안을 협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독자 OS가 없는 LG전자·HTC 등이 웹OS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적지 않다. 빠른 시일 내 모바일 OS 시장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싶은 MS도 후보군에 올라 있다.
웹OS는 PDA시장을 제패했던 팜이 스마트기기용으로 개발한 OS다. 그만큼 기술적 완성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HP가 지난해 4월 12억달러에 팜을 인수한 것도 OS확보가 목적이었다. 하지만 모바일 OS의 경쟁력은 앱스토어 등 애플리케이션 생태계와 연동돼 있다는 측면에서 웹OS의 실용성에 대한 의문도 없지 않다. PC 하드웨어 최강자인 HP마저 1년 만에 실패를 인정한 프로젝트여서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MS의 ‘윈도모바일’처럼 라이선스 모델로 공유하거나, 핵심 개발자를 스카우트 하는 수준의 소극적인 파트너십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