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vs 리눅스’에서 ‘마이크로소프트 and 리눅스’로.
마이크로소프트(MS)가 리눅스와의 ‘동지애’를 공식석상에서 어필했다. 리눅스를 ‘암적 존재’에까지 비유했던 MS의 변화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리눅스콘 북미2011’ 행사장. 리눅스 개발 20주년이란 의미를 더한 이 행사에 MS는 1분 분량의 축하 애니메이션을 보냈다.
짐 젬린 리눅스재단 대표의 기조발제에 앞서 상영된 이 영상은 ‘MS vs 리눅스’에서 ‘MS 그리고 리눅스’로 변화한 관계를 강조했다. 리눅스를 대표하는 캐릭터인 ‘펭귄’이 처음에는 MS의 축하 케이크를 거절하다가, 결국 받아들이는 영상도 인상적이다.
10년 전인 2001년 스티브 발머 MS CEO가 한 인터뷰에서 “리눅스는 암적 존재”라고 혹평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1991년 핀란드의 대학생 리누스 토발즈가 리눅스를 발표한 이후 리눅스는 개방성과 확장성을 무기로 입지를 넓혀왔다. MS는 반 리눅스 운동을 펼치고, 리눅스 진영을 상대로 지적재산권 소송까지 불사하는 등 지속적으로 리눅스를 견제해왔다.
리눅스에 대한 MS의 태도 변화는 2000년대 후반부터 감지됐다. 기업용 소프트웨어·서버·임베디드 분야에서 리눅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협력의 불가피성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한 것.
현재 전 세계 증권거래소의 75%가 리눅스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고, 아마존·페이스북·트위터·구글 등 주요 인터넷 기업 서버 역시 리눅스 체제에서 돌아간다. 전 세계 500대 슈퍼컴퓨터 중 413대가 리눅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상황이 이처럼 변하자 MS는 2005년 가상화 서버에서 리눅스 제품을 구동하고, 2007년 리눅스 업체인 잰드로스와 기술적·법적 제휴를 하는 등 리눅스 껴안기에 나섰다.
2009년부터는 운용체계(OS) 및 소프트웨어 개발 핵심인 리눅스 커널에 주요 소스코드 2만개를 직접 공개하기 시작했다.
이날 행사에서 짐 젬린 리눅스재단 대표 역시 “MS는 리눅스 커널3.0의 가장 큰 공헌자”라며 양 쪽의 협력관계를 확인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