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FL BLU발 LCD 산업 공급망 타격 우려도
희토류가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전반을 위협하는 악재로 떠올랐다. 수급난으로 형광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주력산업인 LCD산업 보호를 위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18일 CCFL 업계에 따르면 형광체 가격은 지난해 4분기에 비해 현재 세 배가량 뛰어오른 데 이어 오는 4분기 이보다 두 배 이상 치솟을 전망이다. 일본·미국 등 주요 형광체 업체가 희토류 가격 상승분을 제품에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A사는 지난해 10월 기준 ㎏당 80달러 선이던 적록청 형광체 평균 공급 가격을 최근 ㎏당 220달러 선으로 인상한 데 이어 오는 4분기 500달러 수준까지 추가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희토류를 원료로 만드는 형광체는 LCD 백라이트유닛(BLU) 핵심 부품인 냉음극형광램프(CCFL) 필수 소재로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다. 세계 경제 위축에 따라 다른 원자재 가격은 하락 추세지만 희토류는 다르다. 세계 희토류 생산의 97%를 차지하는 중국이 희토류 생산 및 수출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LCD 시황 악화로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가 적자에 허덕이고 있어 형광체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당장 4분기 디스플레이 성수기 시장 대응에 차질이 예상된다.
금호전기·우리ETI·한솔라이팅·희성전자 등 국내 CCFL 업체는 초비상 상태다. 이들 4개사는 LCD BLU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CCFL 업체 관계자는 “4분기 형광체 공급 가격을 무려 지금의 두 배 수준으로 인상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호소했다. 그는 “가뜩이나 부진한 LCD 시황에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현실화하면 일부 CCFL 생산은 중단해야 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CCFL BLU 비중이 높지만 수익성은 떨어지는 모니터 및 중소형 TV용 LCD 패널은 공급 차질이 우려된다. 모니터용 LCD BLU는 CCFL 형광체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10% 안팎에 달한다.
업계는 LCD 업황 악화로 BLU용 CCFL 가격 인상을 제품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소비재 품목인 형광등 업체들이 최근 형광체 가격 인상분을 반영해 조명 제품 가격을 두 자릿수대로 잇따라 인상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LED 광원에도 형광체가 소요되지만 미량이라는 점에서 타격은 덜한 편이다.
CCFL 업체들은 LCD 패널 업체에 납품 단가 현실화를 요청하는 한편 형광체 공동 구매와 재고 조절, 수율 향상 등 다각적인 자구책을 모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공동으로 여러 해결책을 찾고 있지만 당장 발등의 불을 끄기에는 역부족”이라며 “LCD 패널 업체들이 어렵다고 해도 납품 단가를 최소한의 수준에서 맞춰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택수 희소금속산업기술센터장은 “형광체 수급 문제를 개별 기업 차원에서 단기 처방으로 해소하기는 어렵다”면서 “형광체 희토류를 핵심 품목으로 선정해 공급처 다변화와 대체재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