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업의 러시아 수출에 지름길이 열렸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원장 조기성)은 국내 기관 최초로 러시아 정부로부터 공인 시험검사 및 인증기관으로 지정받아 러시아 수출에 필수적인 ‘고스트알(GOST-R)’ 마크를 직접 부여하게 됐다고 11일 밝혔다.
GOST-R 마크는 러시아 국가규격 약자로, 러시아에서 생산·유통·판매되는 모든 상품에 대해 표준, 규격 등이 적합할 경우 부여하는 강제인증이다. 지금까지 GOST-R 시험인증 기관으로 지정받은 외국기관은 구소련 관련국 외에 스위스·독일에 이어 한국이 세 번째다. KTR는 이번 지정을 받기 위해 지난 3년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인 인증기관 지정으로 국내 수출 기업들의 시험 및 인증 비용 부담이 크게 경감될 전망이다. 대러 수출 기업들은 KTR를 통하면 기존 러시아 기관보다 시험 인증서 발급 비용을 약 20% 절약할 수 있다. 취득기간 역시 2~3개월로, 기존 대비 절반 정도 시간만 소요된다.
시험인증 범위는 KTR가 현재 제공하고 있는 전기전자제품, IT기기, 기계류, 부품, 건축기자재, 금속, 플라스틱 등 대러 주요 수출품목을 중심으로 한 15개 분야다. 이외 품목은 KTR와 업무협약이 체결된 러시아 정부공인 현지 시험인증기관 4곳을 통해 제공할 계획이다.
국내 GOST-R 시험인증 시장 규모는 연간 2억달러 수준으로, 전체 수출금액의 4%를 차지한다. 이번 지정으로 국내에서도 GOST-R 시험인증이 가능해지면서 그동안 해외기관이 잠식했던 인증 시장서 연간 1400만 달러 규모를 대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러시아와 관세동맹을 맺고 있는 카자흐스탄·벨라루스와 유사 인증제도를 갖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등 인접 독립국가연합(CIS)에도 수출이 확대될 예정이어서 인증 수익은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KTR는 전했다.
조기성 KTR 원장은 “러시아 진출 한국기업들은 전문가 심사제도 및 수출입 허가제도 등 비관세 장벽에 따른 과도한 경비지출로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KTR의 러시아 시험인증기관 지정으로 국내 기업들은 시간, 비용은 물론이고 언어적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어 대러 수출에 크게 도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러 수출규모 및 인증시장 규모(단위:천달러)
자료: 한국무역협회
(러 수출액: 연간 77억6000달러 규모)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