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 <55>꾸준글

 인터넷 게시판이나 댓글란에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같은 내용의 글을 말한다.

 완전히 똑같은 내용의 글을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히 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내용은 무의미하고 아무 맥락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00년대 중반 디씨인사이드 패션 갤러리의 김똑딱이란 네티즌이 붉은 색 체크남방 짤방과 함께 ‘횽들아 체크남방이 똑딱이면 이상한가요?’란 글을 계속해 올린 것이 꾸준글의 시초로 간주된다.

 우주인이라는 유저는 왠만한 블로그마다 찾아다니며 ‘너 다니엘아, 이 말씀을 비밀에 붙여 마지막 그 때가 오기까지 이 책을 봉해 두어라. 많은 사람들이 읽고 깨쳐 잘 알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갈팡질팡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라는 구약성경 구절로 꾸준리플을 달곤 했다.

 최근 트위터에선 김성모 만화의 명대사·명장면을 소개하는 ‘kimsungmo_bot’이란 아이디의 트위터러의 꾸준글을 볼 수 있다. 그는 매일 저녁 8시를 전후해 ‘마침 시간도 인간이 가장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잔인해질 수 있는 저녁 8시…’라는 김성모 만화 속 대사를 트윗한다.

 꾸준글은 인터넷 게시판 반달리즘의 일종이며, 제대로 하려면 상당한 근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도배’와 비슷하다. 도배가 한 사람이 짧은 시간에 엄청나게 많은 게시물을 올려 자기 글로만 게시판을 채워 버리는 ‘배제’의 행위라면, 꾸준글은 끝없이 흘러가는 게시물의 스트림 속에서 근성과 일관성만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하는 겸손과 공존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꾸준글은 대부분 네티즌의 외면을 받지만, 인상이 강렬하고 근성을 인정받아 네티즌들의 기억 속에 깊이 남는 경우도 있다. 맥락 없는 글을 꾸준히 장기간 올려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진정한 잉여의 표시로도 꼽힌다.

 

 * 생활 속 한 마디

 A:안드로메다 상조 사업 진출, 100만 걸그룹 양성 등 회장님의 신사업계획에 감명받았어요.

 B:신입사원이라 잘 모르시겠지만, 그게 매년 기업설명회 때마다 올라오는 우리 회장님의 꾸준글이죠.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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